‘녹두꽃’ 윤시윤 친일행위에 대한 어떤 변명, 불편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을 다루지만 전봉준이라는 영웅서사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윤시윤)의 엇갈린 삶을 통해 당대에 벌어진 혁명과 개화 속에서 어떤 선택들을 했던 민초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 동학농민혁명을 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초들의 이야기로 다루는 지점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서자로 태어난 설움 속에서 마을 사람 괴롭히며 ‘거시기’로 살아가던 백이강이 전봉준(최무성)을 만나 개과천선하고 동학농민군의 별동대장으로 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민초의 각성’이라는 의미와 동학의 의미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백이강의 동생 백이현이 동학농민군들을 향해 저격의 총을 드는 ‘도채비(도깨비)’가 되는 과정은 어떨까. 그가 그렇게 돌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혼인을 약속했으나 신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사지로까지 밀어낸 황명심(박규영)의 오라비인 황석주(최원영) 때문이다. 그는 이 신분사회라는 결코 넘어가기 어려운 벽에 절망하고 자신을 놓아버린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도채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가(박지환)가 황명심의 늑혼(강제결혼)을 꾸며 그를 잡으려 하지만, 결국 눈이 돌아 동학농민군들과 양반들까지 모조리 총으로 쏴 죽이고 도주한다. 황명심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다. 결국 그는 다케다(이기찬)로부터 일본 낭인들의 모임인 천우협의 우두머리가 될 것으로 제안 받고 이를 수락한다. 상투를 자르고 양복을 입은 백이현은 ‘개화조선’이라는 혈서를 쓰고 자신의 일본식 이름으로 ‘오니(도깨비)’라 짓는다.

<녹두꽃>에서 이름만큼 중요한 모티브는 없다. ‘거시기’로 불리던 백이강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일이나, ‘도채비’로 불리던 백이현이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살려다 또 다시 커다란 좌절 앞에 다시 ‘도채비’로 돌아가는 건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백이현은 관군의 도채비였다가 이제는 일본군의 도채비가 된다.

물론 향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이런 이야기의 선택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자칫 당시 ‘친일파’가 된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신분사회의 한계’라며 드라마가 변명해주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백이현에게 다케다는 자신들이 모두 귀족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뜻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백이현이 친일파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생겨나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마치 ‘친일파’의 탄생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대의 혁명과 개화가 뒤얽힌 조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한 민초들의 면면을 다루겠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백이현처럼 드라마의 중심축으로서 친일파가 되는 인물의 이야기를 세우고 있는 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닐까.

물론 그래서 이 백이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 선택이 잘못됐고 결국은 그 잘못된 선택이 어떤 파국을 만들 것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일이다. 그래서 백이현이라는 캐릭터의 이런 모습들이 친일파를 변명한 것이라 아직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계속 봐야하는 드라마로서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현재의 이야기는 충분히 오인의 소지가 있고 그것이 불편함을 주는 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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