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귀국’, 무주공산 토요일 저녁에도 안 통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주말 프라임타임이 사라졌다. 변화한 생활양식에 따라 TV가 가족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잃으면서 예능의 최고 자존심이었던 주말 저녁 시간대가 휑하다. 예능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장수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은 막을 내리거나 간신히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 여파로 십 수 년 간 가장 비싼 자리 값을 자랑했던 토요일 오후는 격세지감의 표본이 됐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지만 MBC와 SBS는 이 시간대에 재방송을 편성 중이고, KBS2는 중장년층에게 지지를 얻는 <불후의 명곡>으로 간신히 체면치례를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주말 저녁에 편성되고도 남았을 <짠내투어>, <아는형님>, <정글의 법칙>, <전지적 참견 시점> 등과 같은 사이즈가 있는 예능은 모두 9시 이후에 몰려 있다. 이는 <미우새>가 들어선 이후 일요일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tvN과 종편에서 빈 땅을 차지하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 tvN이 과거 쇼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하며 기획한 <놀라운 토요일>이나, MBN <훈맨정음>을 비롯해 이번에 짚어볼 채널A <팔아야 귀국 in 베트남> 등이 그런 도전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판을 바꿀만한 유의미한 관심을 받은 콘텐츠는 나타나지 않았다.

<팔아야 귀국 in 베트남>은 해외 홈쇼핑 진출을 모티브로 삼은 <팔아야 귀국>의 시즌2에 해당한다. <팔아야 귀국>이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을 각각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홈쇼핑에서 어느 쪽이 과연 많이 팔지, 완판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놓고 대결을 펼쳤다면, 이번 베트남 편은 베틀이 아니라 한 팀이 되어 홈쇼핑 대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즉, MBC <세모방>에서 처음 접한 동남아 홈쇼핑 방송의 열정적인 에너지와 방송 스타일에서 볼거리를 찾는 대신, <윤식당>, <강식당>, <현지에서 먹힐까> 등과 같은 연예인이 낯선 공간에서 장사를 한다는 익숙한 설정을 빌려왔다.



이현우, 추성훈, 장동민, 신봉선, 허영지 등의 멤버가 모여 베트남 호치민에다 K-뷰티, K-푸드 등 한류 상품을 홍보 및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5일간 연다. 해외에서 우리의 것을 판매한다는 전형적인 팝업스토어 예능이자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출연자들이 해외 현지인들에게 직접 판매한다는 점에서 <왓썹맨>을 배출한 JTBC2의 <사서고생>과도 유사한 맥락이 있다.

그런데 <팔아야 귀국>은 다른 팝업스토어 예능들보다도 유난히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1회부터 최근 방송까지 매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정서적 로망이나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여타 팝업스토어 예능과 달리 너무 뚜렷한 경제적 목표를 갖고 있는데 반해 준비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제품과 출연자 선정(캐스팅의 이유), 가게 오픈을 위한 공부와 논의까지 모두 비어 있다 보니 도전과 성장이란 스토리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서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우리가 무엇을 왜 여기서 팔고, 그 과정에서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는 아예 공란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상품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PPL 제품을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장점을 언급할 수 없으니 단순한 소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어떤 상품이 어떤 이유에서 선정됐는지부터 시청자를 설득해야 몰입할 수 있을 텐데 모든 단계를 건너뛰고 한류 붐에 편승하려 한다. 대부분의 팝업스토어 예능이 음식점을 추구하는 것은 판매하는 상품에 충분한 의미 부여와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류를 위시한 문화적인 접근은 물론 출연자들의 준비과정과 열정, 손맛까지 다 담을 수 있다.



하지만 <팔아야 귀국>의 경우 공산품은 PPL이라 다 가려지고, 음식도 레토르트 식품을 내주다보니 할 이야기가 대폭 줄어든다. 추성훈이 아무리 집념어린 호떡을 만든다고 해도, 레시피부터 머릿속에 있는 이연복 셰프나, 날씨와 현지인들의 입맛까지 고려해 전문가에게 사사 받아 메뉴를 정하고 미리 충분히 연습해서 촬영에 임하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과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성장할 수 있는 폭, 숙련되는 과정이 너무 적다.

팝업스토어 예능의 핵심은 리셋된 환경과 하나씩 밟고 올라서는 성장이다. 그런데 <팔아야 귀국>은 한류스타라는 포지션부터 앞세운다. 제품의 경쟁력과 판매 능력보다 팬들의 사인공세가 두드러지고, 현지에 도착해서야 무슨 물건을 어떻게 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완판해야 돌아올 수 있다는 설정이 전혀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절박하거나 절실한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판매하는 출연자들이 상품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했을 텐데 이런 부분은 모두 생략되어 있고, 관련한 전략회의는 전무했다. 영업 하루 전에 현지에 도착해서 제작진이 세팅해준 매장과 정리해준 물품을 진열하고, 현지 조사 없이 가격을 매기고, 그제야 음식도 한번 만들어본다는 게 ‘진짜 장사’라는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주공산에 가까운 토요일 저녁 시간에 포진한 예능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낮은 건, 시간대의 문제라기보다 콘텐츠의 완성도와 파괴력의 문제라 생각한다.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해외 팝업스토어 예능임에도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팔아야 귀국>도 마찬가지다. 의도도 좋고, 설정도 유행에 뒤쳐짐이 없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빠져 있어서 따라하는 듯한, 방송이니까 따라가는 듯한 모양새다. 촬영이 아니라 정말 몇 명의 친구들이 모여 팝업스토어를 만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공감대가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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