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보다 더 궁금했던 ‘나름 가수다’, 왜?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MBC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편의 파급력이 원조못지 않다. 음원을 공개하자마자 각종 음원챠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때도 음원파워가 대단했다. 새삼스럽게 그 위력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나름 가수다’가 특이하다고 느껴지는 건 경연결과가 ‘나가수’ 못지 않게 더 궁금했다는 점이다. 초조함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600명의 청중평가단이 내린 순위가 매우 궁금했다.
 
패러디는 원전을 비틀어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며 풍자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원전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B급 정서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름 가수다’의 패러디는 꽤 정직하게 진행됐다. 키치, 싼티이기는 한데 원전을 지나치게 훼손하거나 희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연 본래의 효과도 거두면서 ‘빅재미 큰웃음’도 창출했다. 이 점은 그동안 ‘무한도전’이 무조건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조정편 처럼 진지한 리얼리티 예능도 하면서 감동과 의미까지 담아왔다는 사실과도 상통한다.

‘무도’ 멤버중에는 길, 하하 같은 가수도 있지만 이들이 상위권에 오르지는 못했다. ‘키 큰 노총각 이야기’를 부른 정준하는 퍼포먼스는 거의 없었지만 가창력과 감동 코드로 관객의 마음에 와닿아 1위를 차지했다. 아직 결혼을 못한 관계로 절실함이 노래 속으로 흘러들어가 청중의 감성을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나가수’에서 돌아온 탕아 임재범이 ‘여러분’을 부르면서 무릎을 꿇은 것과 사연과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진정성과 감성이 제대로 전달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정형돈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로마 병사의 모습을 하고 뮤지컬을 하듯 ‘영계백숙’을 불러 ‘퍼포먼스는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스케일, 기획 모두 빛이 났다. 유재석은 송은이, 김숙과 댄스팀의 도움을 받았고 일부 멜로디와 춤이 롤리폴리를 연상시켰지만 혼자 노래와 랩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대’를 부른 박명수도 랩에서 실수를 했지만 동춘서커스단의 묘기와 최고의 가수 김범수의 피처링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나름 가수다’는 ‘나가수’의 노래만 패러디한 게 아니라 논란도 패러디되는 듯 하다. 하하가 스컬과 함께 부를 때 스컬의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등 음향사고가 났고 길과 하하가 왜 각각 5위와 7위밖에 못나왔냐는 순위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경연의 묘미와 예능적 재미에 화제성과 노이즈(각종 논란)까지 흥행력을 두루 갖췄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나름 가수다’의 매력은 원전을 편곡 등을 통해 재해석, 재구성한 키치와 산티, 엽기가 원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기를 구가할 정도의 태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영계백숙’ 원곡자인 윤종신은 정형돈에게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고 감탄했다.

물론 음원이 공개되고 차트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우리는 이미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정재형과 함께 부른 ‘순정마초’와 박명수와 지드래곤으로 구성된 GG의 ‘바람났어’, ‘말하는대로’, ‘압구정날라리’ 등이 음원에서는 큰 반응을 낳으며 대중에게는 엄청난 인기를 얻는 모습을 목격했다.
 
키치와 산티가 원전을 이기는 사례는 흔치는 않다. ‘쿨 하지못해 미안해’ ‘이태원 프리덤’ ‘트랄랄라’ 등을 내놓았던 UV(유세윤, 뮤지)나 노라조 정도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가창력은 ‘나가수’보다 떨어지지만 파급력과 음원차트에서 소비되는 힘은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이 무도가 가진 위력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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