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과 김성준, 술이 아니라 둔감함이 문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배우 강지환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그만큼 이 배우에 대한 호감이 있었던 팬들이라면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놀라운 사안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강지환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사건은 소속사 여직원 2명과 자택에서 술을 마신 뒤 벌어졌다. 강지환은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한 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한 명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소속사 직원들과 회식을 한 후 강지환의 자택에서 2차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같은 날 오후 9시 41분에 피해자가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탤런트 강지환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갇혀있다”며 신고를 부탁했고, 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로부터 “잠을 자던 중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강지환을 긴급체포했다는 것.

강지환은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며 “눈을 떠보니까 ○○○가(피해자) 자고 있던 방이었다”고 주장했다. 술 때문에 기억이 없다는 주장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대중들의 추측도 분분하다. 아마도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인지라 분명한 정황이 존재하지만 강지환을 두둔하는 의견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든 강지환이 소속사 여직원 2명과 자택으로까지 같이 가서 2차를 한 사실은 그 자체로 문제의 소지를 담고 있다. 물론 남녀가 집에 함께 있다고 모두 사건으로 비화되는 건 아니지만, 자기 절제를 할 수 없을 만큼 술을 마신다는 건 그 자체로 부적절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소속사 직원들이라는 사실은 이 자리가 공적인 자리인지 혹은 사적인 자리인지가 애매해지는 지점이다. 물론 회식이라고 하지만, 우리네 사회에서 회식이란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되는 ‘업무의 연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의 성격상 업무 시간이 엄밀히 나눠져 있지 않은 연예인 기획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이런 공과 사의 영역이 애매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성범죄 같은 사건들이 저 신문지상에나 나오는 특정인들에게나 벌어지는 그런 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드러난 김성준 전 SBS앵커의 지하철역 불법촬영 사건을 봐도 그렇다.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촬영하고, 그것으로 그는 현행범이 되어 체포됐다. 그 역시 경찰 조사과정에서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강지환이나 김성준의 사건에서 술이 문제인가. 그것보다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 부족과 둔감함이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지하철이든 회식 자리에서든 일상에서 벌어지는 게 바로 성범죄다. 중요한 건 술을 마셨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사전에 성 의식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나아가 그런 빌미가 될 만한 자리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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