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타코집, 외식업도 소통이 중요한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낯선 외국음식을 국내에서 시도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이번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원주 미로예술시장의 타코집을 보면 그 남다른 고충이 느껴진다. 백종원이 설명한 것처럼 부리토 같은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낯선 음식의 경우, 정통의 맛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식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맛으로 갈 것인지는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갈등이 될 만한 부분이다.

즉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반응이 양갈래로 나뉠 수 있어서다. 부리토 정통의 맛을 아는 손님이라면 정통 부리토가 아닌 한식화 된 부리토에 실망감을 느낄 수 있고, 정반대로 그 맛을 경험해보지 않은 손님이라면 정통보다는 오히려 한식화 된 부리토에서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맛은 결국 개개인에 따라 다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맛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음식으로 장사를 하겠다면 말이 달라진다. 백종원의 말대로 정통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한식화된 것으로 갈 것인지를 확실하게 결정해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야 된다는 것. 그런 소신 있는 선택이 아니라면 찾는 손님들에 의해 맛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나중에는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음식이 나오게 된다고 백종원은 말한 바 있다.



처음 이 타코집에서 만든 부리토를 먹어본 백종원은 정통의 맛을 먼저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맛을 낼 줄 알아야 한식화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한식화 된 멕시코 요리를 하려 했던 타코집 사장님은 백종원의 미션대로 정통을 시도해봤고 결국 그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식화 된 음식과 정통을 동시에 하기를 원했다. 여전히 어느 한 쪽을 선택 못하고 갈등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백종원은 한식화 된 부리토를 만들어 장사하고 있는 과거 <백종원의 푸드트럭>이 인연이 되어 알게 된 푸드트럭 부리토 사장님에게 부탁해 그 음식과 타코집에서 만든 정통 부리토를 내놓고 시식단들에게 선택하게 해보는 경험을 하게 했다. 결과는 백종원의 예상 그대로 7:3의 비율로 한식화 된 부리토가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통을 할 거라고 고집했던 타코집 사장님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타코집 사장님이 가게로 와서는 또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통을 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던 사장님은 다시 한식화 된 음식과 병행하고 싶어 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그게 결국 맛을 흔들리게 만들 거라고 걱정했지만 사장님은 자신은 두 가지를 다 하면서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보였다.



결국 이 타코집의 갈등상황을 들여다보면 외식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타코집 사장님과 아내와의 대화 장면들을 보면 어딘가 고집스런 사장님의 모습과 그럼에도 이를 보듬으며 걱정하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받아주는 아내의 모습들이 자주 교차되어 보여졌다. 요리학원의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결혼한 이 부부는 어딘지 가게에서도 선생과 제자 같은 인상을 주었다. 무언가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고집대로 밀고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식단이 시식하는 걸 보며 찍은 방송을 끝내고 나오는 타코집 사장님이 “지겨웠어”라고 하는 멘트는 사실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허리 수술을 해서 불편한 몸 때문에 툭 튀어나온 말이겠지만, 거기에는 애써 이런 경험의 기회를 준 제작진과 백종원의 노력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본인은 결국 자기 고집대로 할 거면서 무엇을 위해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하게 하는 걸까. 또 나아가 이럴 거면 방송을 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제아무리 좋은 약도 본인이 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쓴 것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아프고 거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소통과 경험들은 본인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지난회에 잠깐 나왔던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 사장님이 한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 때 했던 한 마디 한 마디가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그 이야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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