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형평성을 내세우지만, 정서는 다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유승준은 과연 입국이 허가될 것인가. 대법원이 2015년 LA총영사관의 재외동포비자 발급 거부를 취소해달라는 유승준 측의 소송을 기각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비자 발급 거부에 있어서 절차적인 문제가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LA총영사관 측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판단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 장관의 입국 불허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랐는데 이것이 위법이라는 것. 또한 비자 발급 거부를 서류가 아닌 전화로 유승준 아버지에게 통보한 것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유승준은 재심사의 기회를 갖게 됐다. 그리고 대법원이 고려사항으로 적시한 재외동포법 규정과 범죄 외국인을 5년 간 입국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은 유승준이 재심사에서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조항이다. 즉 재외동포법 규정은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라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38세가 됐다면 국적을 상실한 자라도 체류자격을 부여한다고 되어있다. 38세를 넘은 유승준에게는 유리한 조항이다. 또 이미 17년이란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5년 간 입국 금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만일 재심사에서 이런 조항들이 유리하게 해석된다면 유승준은 진짜 입국이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엄연히 말해 재심사의 기회를 갖게 된 것뿐이지 실제로 입국 허가가 난 것은 아니다. 유리한 조항들이라고 해도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재외동포’라고 하지만 유승준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인물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의 입국허가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군 입대해 복무를 하는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박탈감과 허탈함을 줄 수 있다. 특히 현재 병역의 의무를 하고 있는 군 장병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만큼 국가 이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절차적인 과정이나 해석에 있어서 위헌의 소지들을 지적할 수 있다. 그래서 법의 판결은 국민감정과 상관없이 냉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법이 그의 입국을 허가한다고 해도, 대중 정서를 결코 그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단 하루만에 3만 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국민들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유승준에게 이토록 분노가 큰 건 여러 가지 정서들이 겹쳐져 있어서다. 모두가 공평하게 치러야할 군 복무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그렇고, 꼭 군대에 가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도망쳐버린 그 거짓말이 그렇다. 또 그렇게 도망칠 때는 언제고 이제 돌아오겠다는 건 얼마나 후안무치한 일인가. 만에 하나 입국이 허가되어 한국 땅을 밟게 된다고 해도 그에 대한 분노는 결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감정 소모는 사실상 국익에 상당한 손실이다. 굳이 그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중들을 허탈한 상실감을 느끼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재심사의 판결이 고려할 것은 단순히 법 조항만이 아니라 그 결과가 가져올 파장들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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