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종편 계열 플러스채널 자체 제작 예능이 보여주는 2019년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TV는 지상파의 식민지’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곤 했다. 지상파 계열 플러스 채널들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었고, 비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들 또한 지상파에서 방영한 프로그램들을 사서 재방영하는데 집중했으니까. CJ ENM이 Mnet <슈퍼스타K>로 판을 흔들고 온미디어를 인수하며 약진하기 시작한 지 딱 10년, 이제 지상파가 비교우위를 지니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CJ 계열이 보여주는 힘은 압도적이고, 그 다음 자리 또한 지상파의 몫이 아니라 JTBC의 것이 되었다. 딱 10년만에 미디어 산업의 강산이 개벽한 셈이다.

그런 와중에도, 지상파와 종편 계열 플러스 채널들은 여전히 각개약진을 시도하는 중이다. [TV삼분지계]는 단순히 본사 프로그램의 재방영 창구라는 한계를 넘어서, CJ ENM 채널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만한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플러스 채널들의 약진을 들여다보았다. 정석희 평론가는 JTBC2 <판벌려>가 확보한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호평했고, 김선영 평론가는 MBC every1 <대한외국인>이 외국인 예능의 뻔한 ‘국뽕’ 코드를 피해가며 채널 자체의 저력을 과시하는 지점을 높게 샀다. 반면 이승한 평론가는 KBS Joy <쇼핑의 참견2>의 MC 성비 변화를 보며, KBS Joy가 뿌리 깊은 남성 MC에 대한 선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했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와 함께 플러스 계열 채널의 오늘을 살펴보시길.



◆ <판벌려> – 누구도 오리지널리티에 토를 달지 못할 도전

MBC every1 <무한걸스>는 자타공인 MBC <무한도전>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입장인 MBC every1 <비디오스타>가 품질과 무관하게 MBC <라디오스타> 아류 소리를 들어온 것처럼 <무한걸스>도 내내 ‘짝퉁’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무한걸스> 멤버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가 JTBC2에서 새롭게 시작한 <판벌려 - 이번 판은 한복판>을 두고는 누구도 이러니저러니 토를 달지 못할 게다. 이미 독보적인 개성과 빼어난 열정을 프로젝트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통해 입증했기 때문이다. 죽이 맞는 개그 5인방의 꿈에서 시작된 무모하다면 무모했던 도전. 누군가의 재능을 발굴하고, 끌어주고, 격려하는 데에 탁월한 송은이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안무가 배윤정은 사람이 춤을 추다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최대치가 느껴진다고 했다. 춤추다 죽어보라며 이 갈고 만든 안무 같다고.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 국내 최고령(?) 걸그룹이라지만 흘린 땀과 노력만큼은 가히 으뜸이지 싶다.



리얼과 설정이 수시로 뒤섞여 진심인지 상황극인지 헛갈리게 만드는 <판벌려>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패러디가 기본 배경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요악이 된 참가자들 간의 갈등 조장이나 질시, 틈틈이 보이는 거짓 눈물과 가식이 담긴 미소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후속곡 ‘셔터’ 부진 원인을 동료 개그맨 박지선과 함께 분석한 네 사람은 매회 각 분야의 장인들에게 비기를 전수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돌입했다. 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가창력을 높이고자 고군분투하는가 하면 재야 고수들에게 관객의 흥을 돋우는 꿀팁도 배웠다. 최종 목표가 가요계 한복판이라는데 시청자는 김신영의 신들린 연기가 주축인 이 예측불허 상황극만으로도 즐겁다.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daum.net



◆ <대한외국인> – MBC every1의 저력 다시 한번 증명한 예능

현재 방송가를 주도하는 여성 예능인들의 끈끈한 연대를 탄생시킨 전설적인 예능 <무한걸스>, K팝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전문화된 아이돌 정보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주간 아이돌>, 외국인 예능 열풍을 주도한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은 그동안 마이너 채널로서 신선한 소재와 트렌드를 앞서는 감각으로 승부해 온 MBC every1의 장점을 잘 보여준 프로그램들이다. 그리고 이 대열에 지난 4월 ‘2019 케이블TV 방송대상’에서 PP 작품상 예능/코미디 부문 대상을 받은 <대한외국인>이 합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대한외국인>은 제목만 봐서는 소위 ‘국뽕’을 노린 뻔한 외국인 예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방송을 보다 보면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자국 문화의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정작 한국문화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자국인으로서의 부끄러움과 반성이 먼저 일어난다는 점이 재미있다. 단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이유로 자국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가 외국인 팀에게 패하기 일쑤인 한국인팀의 당황하는 표정이 이 프로그램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외국인 예능의 장점도 잘 발휘하고 있다. 타문화를 대할 때 자칫 위계적이고 평가적인 시선이 반영될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퀴즈 문제들을 매개로 해서 타국의 생활 습관이나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로 오가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온다. 예컨대 전통 과자와 관련한 문제에서는 각국의 전통 과자와 특유의 먹는 방법 등이 대화의 소재가 된다. 어찌 보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안에는 위계 없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접근법이 있다. <대한외국인>은 올해로 개국 12년째를 맞이한 MBC every1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프로그램이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쇼핑의 참견2> – 여전히 성비 앞에서 머뭇거리는 지상파 계열 케이블의 아쉬움

케이블 채널에서 무수히 명멸한 쇼핑 가이드 정보 프로그램 중, KBS Joy가 선보였던 <쇼핑의 참견>은 MC들의 합이 유독 좋은 쇼였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법에 빠삭한 이상민과 요리와 패션 쪽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광희, 아웃도어 용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민경훈, DIY와 IT 분야에 조예가 깊은 지숙과, 뷰티와 패션 분야에 식견을 제공하는 송해나까지. 다섯 명의 합은 MC들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장면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시즌2가 아쉬운 지점이 여기에 있다. 시즌 2는 지숙과 송해나가 빠진 자리에 다른 여성 MC들을 투입하는 대신 이미 호흡을 맞춰 둔 3명의 남자 MC만으로 진행된다. 남성 소비자만을 겨냥한 제품군을 리뷰하는 것도 아닌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시선이 싹 사라지자, 리뷰가 상대적으로 덜 풍성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제작진은 매회 게스트들을 초대해 그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심산인 듯하지만, 게스트 활용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창문형 에어컨을 리뷰한 2회에서, 기왕 사유리를 게스트로 초대했다면 사유리가 혼자 설치해보도록 두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여성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시대인 만큼,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창문형 에어컨 설치와 해체가 과연 여성에게도 쉬운가 하는 점 또한 중요한 체크포인트이지 않은가? 그러나 <쇼핑의 참견2>는 사유리와 이상민의 인연으로 재미를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게스트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놓쳤다.



KBS Joy는 <연애의 참견>을 시즌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최화정과 곽정은 대신 서장훈, 한혜진, 알베르토 몬디를 투입해 MC들의 성비를 뒤집었다가 호된 항의를 받았던 바 있다. 시즌1에서 균형 잡힌 성비를 보여주거나(<쇼핑의 참견>), 여성향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이 강조된 성비로 시청자들을 설득했다가(<연애의 참견>), 시즌2에 들어와 여성의 비중이 휙 줄어드는 일이 유독 KBS Joy에서 자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게 아니라면 의사결정권자들의 무의식 중에 여전히 남성MC가 더 안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은 탓인 걸까?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영상·사진=JTBC2, MBC every1, KBS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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