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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왜 조폭·깡패의 언어인가?
기사입력 :[ 2012-01-10 16:11 ]


- 드라마·영화, 사투리의 가치와 의미를 무력화시키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이게 바로 실전용 이여유~”…요즘 인기 상승중인 SBS 월화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주인공 유방역을 맡은 이범수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대사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사투리 대사 연기를 하는 풍경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샐러리맨 초한지’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빛과 그림자’는 주인공 강기태(안재욱)가 고향인 지방에 살면서도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서도 서울 표준말을 줄기차게 구사한다. KBS ‘브레인’주인공 의사들은 모두 서울출신인 듯 한결같이 서울말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벌2세 본부장, 변호사, 의사 등 번듯한 직업의 주인공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울말을 쓴다. 반면에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깡패 등이며 서울말을 쓰는 주연과 달리 상당수 조연이나 단역들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MBC 주말극 ‘애정만만세’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인 변호사 변동우(이태성)은 서울말을 그리고 변동우 변호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고용돼 일하는 남대문(안상태)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애정만만세’같은 서울말과 사투리 대사 연기 유형은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대로 사용된다. 시청자나 관객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인물들이 사투리를 쓰면 그 직업이나 배역비중 정도를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착화 돼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폭이나 깡패, 파출부는 어김없이 사투리를 구사한다. 사투리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나 단역, 삼류인생을 그리는 스테레오 타입적 고착화된 표현의 기호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구사되는 사투리의 상당수가 여전히 특정 지역과 특정 직업을 폄하하는 편견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한때 방송심의규정에 ‘사투리나 외국어를 사용할 때 국어순화차원에서 신중하여야하며’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얼마나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현재는 심의규정에서 ‘사투리’라는 부분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사투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번듯한 주인공과 전문직 캐릭터에는 부조화를 이루는 이단의 언어로 전락돼 있다. 여전히 극중에서 사투리 대사는 지역의 삶과 생활의 언어가 아닌 촌스러움과 코믹스러움을 유발하는 고착화된 장치이자 조폭·깡패 캐릭터 등 등가물로 사용되는 언어이다. 물론 영화 ‘황산벌’처럼 주연이 사투리를 구사하는 작품들도 있지만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극소수다.



언어생활과 언어에 대한 인식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영화나 방송 등 매스미디어다. 그동안 우리 매스미디어는 서울말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어를 유일한 주류 언어로 간주해 사투리를 배척하는 결과를 낳았다. 매스미디어의 열렬한 지원(?)속에 서울 중심의 표준어의 지배력이 무섭게 그리고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표준어 이외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행태나 사람들은 촌스럽고 무식하며 그리고 비주류로 간주하는 인식이 심화됐다. 매스미디어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구축된 표준어의 일방적 지배 논리는 지방 사투리를 고사 시켰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투리가 특정 지역과 특정 직업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강화하는 기제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작가 등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의 창작에 대한 치열한 고민 대신 스테레오타입식 묘사만을 반복 활용하는 편하고 안이한 창작행태가 사투리에 담긴 진정한 의미와 지역민의 삶과 생활의 향취를 배제하고 천하고 부정적인 그리고 촌스러운 캐릭터나 지역, 직업 묘사의 등가물로 전락 시킨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던 예전 방식과 지방 특성이 오롯이 살아 있는 언어, 사투리를 사멸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갖지 못한 느낌과 의미, 향취가 배어 있는 언어의 지평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중요한 언어 자원이다. 그리고 영화, 드라마, 코미디 등에서 리얼리티나 캐릭터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자 도구다.

하지만 오늘도 수많은 매스미디어에선 사투리의 가치 있는 존재 의미를 깡그리 무시한 채 단순히 깡패들의 언어로만 사용해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사투리를 특정 지역과 특정 직업의 왜곡과 편견을 심화하는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더 이상 사투리를 깡패의 언어로만 전락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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