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아라, 유독 음원에서 강세인 이유?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지난 한 해 동안 최고의 음원에 오른 노래는 무엇일까? 정답은 티아라의 ‘Roly-Poly’다. 하지만 ‘롤리폴리’로는 ‘뮤직뱅크’ 1위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당연하다.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 외에도 음반점수, 시청자 선호도, 방송 점수를 합쳐 순위를 가린다.

그런데 티아라의 ‘롤리폴리’가 가온차트 등의 2011년 최고 음원에 올랐다는 건 좀 의아하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어느 정도 있다. 물론 ‘롤리폴리’의 음원 강세는 지난해 조용한 돌풍을 몰고온 영화 ‘써니’의 흥행에 힙입어 유행한 복고(댄스)의 영향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제작자인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의 음악 프로듀싱 방식에 더 많이 연유한다.

아이돌 가수 음악의 주 소비 포인트는 즐거움이다. 대중문화가 주는 효용가치인 ‘쾌’(快)와 상통한다. 그래서 심각하고 관조하는 그런 노래보다는 유쾌한 노래들이 많고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다들 비슷해진다. 걸그룹의 경우 청순하거나 귀여운 비주얼의 컨셉에 일렉트로닉 사운드, 후크송에 유쾌한 댄스를 접목하는 게 최근까지의 추세였다. 계속 쏟아지는 비슷한 걸그룹군에서 소녀시대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티아라는 이들 걸그룹과는 다른 음악 스타일의 길을 가는 듯하다. 이들이 부른 노래들을 보면 하나같이 ‘뽕끼’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 트로트풍에서 발견되는 익숙한 멜로디, 특유의 리듬 패턴, 애상과 비탄이 들어있는 음색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티아라는 데뷔년인 2009년 ‘좋은 사람’과 ‘너 때문에 미쳐’(2010년)에서 약간 부각됐지만 2010년 ‘왜 이러니’와 ‘야야야’로 확실하게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롤리폴리’로 기회를 잡은 후 ‘Cry Cry(크라이크라이)’, ‘우리 사랑했잖아’, 신곡 ‘Lovey-Dovey(러비더비)’까지 최근 7개월동안 무려 4연타로 음원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제작자는 티아라에게 끊임없이 새 옷, 새로운 색채를 입히는 과정이라고 한다.
 
김민우, 윤상, 조성모, SG워너비, 씨야, 다비치 등 김광수 대표가 기획 제작한 노래들은 모두 ‘뽕끼’ 충만하다.(윤상은 김광수 대표와 계약이 끝나자 음악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편곡으로 당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현대적 장치’로 느낌을 바꿔준다. ‘안녕 내사랑 그대여 이젠 내가 지켜 줄게요~’로 이어지는 SG워너비의 ‘내사랑’은 뽕끼 가득하지만 리듬만 미디엄 템포로 바꾸었다.  
 
‘롤리폴리’도 뽕끼를 특성으로 하는데 편곡만 복고 냄새가 나게 하고 복고풍 허슬댄스를 가미했다. ‘Lovey-Dovey’에는 뽕끼에 클럽 음악을 삽입했다. 트로트처럼 ‘뽕끼’ 충만한 티아라의 노래들은 모든 사람들이 따라부르기가 쉽다. 슈퍼주니어, 샤이니등 SM 노래들과 비스트 노래들이 따라부르기가 쉽지 않은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티아라 노래들은 편곡만 현대적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대중의 귀를 붙들을 수 있는 통속가가 됐다. 20세 전후의 걸그룹이 부른다 해서 젊은 세대만 듣는 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익숙하다. 티아라 노래들이 음원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티아라의 노래들은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는 성적이 좋은 편이다. 이를 김광수 대표는 “원단은 3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디자인만 다른 것이다. 디자인은 요즘 아이들도 좋아할만하게 해야 한다”면서 “잘 되는 나이트클럽에 가보면 자주 ‘내부 수리중’이다. 다시 가보면 벽지와 인테리어가 계속 바뀌지 않나”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티아라도 원단은 트로트에서 나오는 정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새롭게 인테리어하고, 리폼해 계속 새롭게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티아라의 노래들은 주로 신사동호랭이와 최규성, 이트라이브 등이 작곡하지만 김광수 대표의 색채집어넣기 또는 현대화 작업에 의해 많은 부분이 다듬어져 변화의 과정을 거쳐나간다.
 
김광수 대표가 뽑아내는 티아라 노래들이 “오직 흥행 성공만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의 ‘감’을 이해하기 힘든 티아라 멤버들이 처음에는 ‘보핍보핍’의 고양이 장갑과 ‘롤리폴리’의 복고의상을 안입으려고 울고불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노래를 발표한 뒤 나오는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오는 2월에는 ‘롤리폴리’ 일본어판도 나온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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