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이 모이니까 한명 한명의 단점들이 오히려 커버가 됐어요. 바로 이런 거죠. 이럴 때 승주 양과 정미 양이 저희에게 캐스팅 대상이 되는 거예요.” - 박진영
“저는 가장 걱정했던 게 지민 양과 미쉘 양이 너무 세게만 부를까 걱정을 했는데 서로 하모니를 위해 조절을 잘 한 것 같고, 아무튼 이 팀 너무 사랑해요!” - 보아
“목소리는 비슷비슷한 것 같았는데 비슷함 속에서도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고 잘 했어요.” - 양현석

- SBS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에서 심사위원들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SBS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 캐스팅 오디션 쇼케이스에 그간 주목을 받아온 이미쉘, 박지민과 그에 비해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정미, 이승주가 팀을 이뤄 도전한다고 했을 때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가 보아와 똑같은 걱정을 했을 게다. 나 또한 타 오디션 프로그램 팀별 미션 때 드러났던 불화와 또 한 번 맞닥뜨리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눈길을 보냈으니까.

어쩌면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을 것 같은 이미쉘의 첫인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여 다른 팀원들을 가르치려 들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그러나 21세의 맏언니 이미쉘의 세심한 리드 하에 ‘秀Pearls'는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어떻게든 남보다 더 잘나 보이기 위해, 튀기 위해 애를 쓰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뤄 함께 생존하는 현명함을, 그것도 아직 한참 나이 어린 친구들이 보여주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대견하지 않나.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秀Pearls'가 준 교훈은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옳을 덕목이지 싶다. 남의 아이야 어찌 되든 제 자식만 잘 키워보겠다고, 저만 돈 벌어 보겠다고 온갖 수를 다 쓰는 어른들을 비롯해 날이 갈수록 흉흉하니 돌아가는 세상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정치판도 마찬가지고. 그저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연예계와 그들에게서 위안을 얻는 우리 끼리만이라도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보면 어떨까 한다.

밴드며 그룹도 멤버 간의 조화가 생명이고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개 코미디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스타가 존재한다한들 뒤를 받쳐주는 인재가 없으면 코너는 이내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오죽할까.








문득 언젠가 연기자 천정명과의 인터뷰 때 들은 얘기가 기억났다. “고현정 씨는 상대 배우를 잘 받쳐주는 연기자에요.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역을 올려주고 그로써 두 사람 모두가 상승효과를 얻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더라고요. 연기자끼리 인기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줄 아는 거예요.”

연기자로서는 물론 인간 고현정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발언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하나하나 되짚어 보니 고현정은 MBC <여우야 뭐하니>로 만난 천정명은 물론 MBC <히트>의 하정우며 SBS <대물>의 권상우까지, 언제나 상대방의 매력을 찾아내고 끌어내는 지혜로움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여배우들>에서도 악역을 자처해가며 완성도를 높이지 않았던가.

새해 들어 공중파부터 종편까지, 수많은 드라마들이 앞 다투어 막을 올리고 있다. 그 속에 상대방과 보조를 맞춰 걸음을 옮기는, 고현정을 닮은 연기자가 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반면 혼자 튀어보겠다고 과하게 애를 쓰는 연기자도 눈에 띈다. 모두가 정극을 찍고 있는 마당에 혼자만 시트콤을 찍고 있는 어이없는 경우를 굳이 예로 들 생각은 없다. 새해 벽두부터 가시 돋친 소리를 해서 무엇 하겠는가.

부디 스스로 깨닫고 상대방이며 주변에 대한 배려를 찾아가길 바랄뿐. 다만 아직은 아마추어 단계인 ‘秀Pearls'의 무대가 기존의 가수들이며 연기자들에게 반성의 계기, 변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 친구들의 조합 ‘秀Pearls'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희망으로 가득해지는 듯 뿌듯하고 훈훈했다. 나도 보아를 따라 수줍게 외쳐본다. “사랑합니다, 秀Pearls!”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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