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유재석 측근과 멀어질수록 반응은 좋아진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시작은 김태호 PD가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릴레이카메라는 당연한 결과지만, 유재석 주변의 인물들로 퍼져나갔다. 조세호에서 태항호, 딘딘, 유노윤호 등을 거치고 유희열과 정재형을 거쳐 장윤주로까지 가게 된 카메라는 거기서 갑자기 배우 이동휘로 넘어가면서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즉 이전까지만 해도 유재석과 어느 정도는 친분이 있는 예능인들로 쭉 이어져왔지만 갑자기 이동휘로 넘어가면서 이른바 ‘배우 라인’으로 릴레이 카메라가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것. 이동휘에서 카메라는 영화 <극한직업>의 배우들을 포착해내고, 그의 절친인 배우 박정민을 찾아가 뜬금없는 인터뷰를 하더니 난데없이 낚시에 푹 빠져버린 박병은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배우 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영상 자체도 달라졌다. 이동휘의 경우 차분한 목소리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담아내며 마치 <아름다운 TV얼굴> 같은 느낌이 담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소개하고, 힘들 때 자신을 힐링시켜줬다는 산책길을 걷다가 급기야 즉흥적인 파리 여행을 선보였다. 또 잘 가는 빈티지샵에서 패션쇼(?)를 보이다가 놀랍게도 <극한직업>의 배우들을 만나 그들의 인사를 담아냈다.

그는 진솔한 자기고백도 빼놓지 않았다. 2017년에 연기를 멈추고 싶었고 지쳐 있었다며 그 때 <극한직업> 대본을 보고 함께 한 배우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큰 위로를 받았고 너무나 행복했었다는 것. 일종의 슬럼프가 있었지만 <극한직업>을 통해 다시금 일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동휘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병은은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듯 보이면서도 남다른 영상과 앵글로 이를 모니터하는 유재석과 그 출연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워낙 낚시를 좋아해 일종의 낚시방송처럼 되어버린 박병은의 카메라는 어느 지인의 낚시터를 찾아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한적한 그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잔잔한 영상으로 담아내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인맥왕인 박병은은 하정우와 전화로 농담을 주고받고 드라마 <킹덤>을 촬영하러 가서는 거기 함께 하는 배우들, 배두나, 주지훈, 김성규, 전석호 등과의 식사 자리 영상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를 조세호의 집에서 TV로 본 유재석과 출연자들은 “점점 블록버스터가 되어간다”고 잔뜩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향후 박병은의 카메라가 어디로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놀면 뭐하니?>의 진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유재석의 측근들에서 멀어질수록 발견되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시청자들이 늘 봐오던 인물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것이고, 너무 예능에 익숙한 인물들이 아니어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진짜를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을 원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건 김태호 PD가 릴레이카메라라는 실험을 통해 얻으려 했던 ‘큰 그림’이 아닐까. 그는 애초 유재석과 함께 한 기획회의에서 아는 인물이 주는 ‘뻔한 이야기’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고 유재석 또한 그 말에 수긍한 바 있다. 그래서 그 때 유재석도 자신은 잠깐씩 등장해도 되고 더 많은 다양한 인물들이 이 카메라에 들어오길 기대한 바 있다.

물론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몇 다리를 거쳐 옮겨가면서 카메라는 의외의 인물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그들의 셀프 카메라로 담기게 된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놓고 시작했지만 그 진가는 그에게서 카메라가 멀리 갈수록 나타난다는 것. <놀면 뭐하니?>는 그래서 향후에도 엉뚱한 인물이 오히려 더 흥미진진해지는 또 다른 아이러니를 기대하게 만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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