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초보 피자집과 경험자 중화떡볶이집을 가른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언젠가부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식당과 어딘지 불편함을 주는 식당을 병치해 가며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여수 꿈뜨락몰의 경우 양식집처럼 모범적인 식당으로 시청자들을 좋게 해주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꼬치집처럼 나중에는 아예 분량 자체가 편집된 불편한 식당을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서산 해미읍성의 장금이네 백반집이 백종원도 시청자도 찾고픈 식당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곱창집이나 쪽갈비 김치찌개집은 마지막엔 해피엔딩이었지만 과정은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드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이렇게 모범 식당과 이른바 ‘빌런 식당’을 병치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정서적 색깔이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간 것이라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식당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방송을 찍어나가는 과정에서 식당마다의 색깔을 좀 더 분명히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이런 극과 극의 식당들이 보이게 된다. 지난 번 방영되었던 ‘여름 특집’에서도 포방터 시장의 기분 좋은 얼굴들이, 이대 백반집의 불편한 얼굴들과 병치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천 대학로편에서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식당은 이른바 길쭉한 피자를 메뉴로 가진 롱피자집이다. 애초 별 기대가 없이 찾아갔지만 모든 요리 방식이 기계적으로 똑같을 정도로 기본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롱피자집 사장은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물론 대단한 실력자도 아니고, 가게를 연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집이지만, 롱피자집 사장의 ‘융통성 없음’은 마치 프랜차이즈로 보면 모범식당에 해당했다. 레시피를 줘도 제 맘대로 바꾸는 집들이 많다는 백종원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이런 기본에 충실하다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게다.

하지만 롱피자집 사장이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건 그 솔직함에 있다. 그 기본 위에 새로운 피자를 시도해보라는 미션에 ‘카레 피자’를 준비했다는 사장은 그 이유로 검색해보니 카페 피자가 없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럴 리 없다고 했고, 알고 보니 ‘커리 피자’라고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오는 게 바로 그 피자였다. 카레도 처음 해본다는 그 피자가 맛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과 솔직하게 이게 모두 처음이라고 그 미숙함을 드러내는 모습에 백종원은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이번 편에서 어딘가 불편함을 주는 가게는 바로 중화떡볶이집이다. 지난 번 백종원이 시식을 한 후 너무 기름을 많이 넣어 느끼하다고 해서 개선해 내놓은 떡볶이. 느끼함을 조금 줄었지만 사장은 자신의 레시피를 쉽게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그간 자신이 꽤 많은 시도들을 해왔다는 걸 백종원에게 어필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백종원이 하는 말에 “근데...” 하고 토를 다는 듯한 방송의 편집은 이 사장이 고집 센 인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실 이해되는 면이 있었다. 롱피자집처럼 오래도록 레시피 연구를 하거나 고민을 하지 않았던 초보의 입장에서는 어떤 조언들도 모두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꽤 오래도록 요리에 대한 자신만의 고민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그것을 바꾸는 일이 쉬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이처럼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백종원의 솔루션이 꼭 필요한 집과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는 집이 전자라면, 고민을 나름 해 와서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고 여기지만 그게 사실은 대중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걸 잘 인정하지 못하는 집이 후자다. 예를 들어 지난 원주미로시장에서 멕시칸 요리를 선보인 타코집은 요리 선생이 사장님이라 솔루션 과정에서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물론 결국 솔루션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중화떡볶이집 사장은 백종원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조금 뜨문뜨문 봐왔는데, 방송이 나간 후 비판적인 댓글들이 쏟아져 계속해야할 지를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백종원은 마땅히 지적받아야 할 것들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조언이 정답이 아닌 자신의 의견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결국 선택은 본인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오래 고민한 이들이라 솔루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장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솔루션이든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솔루션을 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방송이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식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어떻게 비춰질까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솔루션 과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 또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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