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펀딩’이 보여준 노홍철의 예능인으로서의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 “노홍철씨에게 못 봤던 모습을 알게 됐다. 이 친구의 마음이 진짜구나 싶었고 오히려 가치를 확인했다.” MBC 예능 <같이 펀딩>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호 PD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같이 펀딩>이 첫 회에 시도한 유준상의 태극기함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건 노홍철의 소모임 프로젝트. 그건 노홍철이 이미 3년 전부터 ‘노홍철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일을 SNS로 확장해 콘텐츠로 만든 것이었다.

이른바 ‘노홍철 특별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모른 사람들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소모임 프로젝트다. 적게는 1만 원에서 3만 원, 5만 원까지 참가비를 받고 SNS를 통한 공고로 모인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임. 이렇게 모인 참가비로 노홍철은 아프리카에 작은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소모임이라는 형태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소통의 장이 어떻게 사회와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소통과 공감의 의미도 있지만, 그렇게 모인 마음이 펀딩의 형태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



일종의 맛보기로 소개된 노홍철 소모임은 잠깐 보여지는 것만으로 낯선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고 나아가 더 진솔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정해인이 깜짝 참여한 소모임에서 배우를 꿈꿔 갖은 노력을 다해 서울예대에 들어왔고 이제 졸업을 했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에 힘겨운 속내를 드러낸 5개월 차 배우 지망생 정유경씨의 사연은 모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하고 싶어 했지만 사회는 내 노력을 모른다. 연기를 하고 싶어 뛰어들었지만 계속 박수 쳐주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꿈을 향해 가는 길이 힘들다.” 정유경씨의 진솔한 이야기는 연기 지망생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에 나온 청춘들이 겪는 어려움을 대변하는 면이 있었다. 그 방송분을 스튜디오에서 함께 보고 있는 출연자들도 먹먹해졌다. 정해인은 그에게 자신도 늦게 시작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불안해하거나 초초하면 못 버티는 일”이라며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



“힘내란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힘을 내고 있으니까. 그저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 정해인이 위로로 건넨 이 말은 이 소모임이 가진 가치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대단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렇게 우리가 혼자가 아니며, 다른 현실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힘을 얻게 되는가.

짧은 시간에 모두가 몰입하게 되는 소모임의 매력은, 이런 모임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또 이 프로젝트를 콘텐츠화하겠다는 노홍철을 달리 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집에 낯선 이들을 들이고, 그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보통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유희열의 말대로 그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늘 오픈되어 있는 노홍철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들과 노홍철이라는 예능인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미 관찰카메라의 영역으로 들어온 예능의 트렌드는 우리네 일상 깊숙이 카메라가 들어오는 시대의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사생활까지 접근하는 카메라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지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공적인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그렇게 될 때 그건 자칫 자극적이거나 홍보적인 영상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노홍철의 소모임 프로젝트를 보면 그의 사적인 일상이 어떻게 공적인 것이 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에도 그는 달라진 예능의 변화 속에서 사적인 영역을 이제는 오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요한 건 그 사적인 것들이 공공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같이 펀딩>이 보여준 소모임 프로젝트는 노홍철의 가치를 새삼 보게 만들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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