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의 성형광풍, 그 파장은?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TV화면에 펼쳐지는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됐습니다. 레이저 필링 시술을 받고, 턱과 이마에 보톡스 시술받는 장면이 생중계 되듯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바로 손바닥tv ‘박은지 모닝쇼’ 한 코너 ‘곽현화의 S’11일 방송분에서 쌍커풀 수술을 했다고 고백한 바 있는 개그우먼 출신 방송인 곽현화(30)가 레이저 필링과 보톡스 시술 받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내 보톡스 시술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방송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곽현화의 보톡스 시술은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연예인들이 성형 사실을 숨기다 뒤늦게 들통 나 마지못해 시인하던 모습은 과거의 박제된 풍경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성형수술 고백 하는 것을 넘어 각종 TV 프로그램에 나와 성형수술 협찬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성형으로 인생이 달라 졌어요”“전신 성형에 가까운 다양한 성형수술을 했어요” “배역을 다양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양악수술을 했어요” 등등 성형수술을 한 신체부위에서부터 성형으로 생긴 자신감까지 성형 이야기를 방송사를 옮겨 다니며 재탕, 삼탕 지겹게 해대는 것도 부족해 급기야 이제 보톡스 시술 받는 장면까지 직접 보여주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생중계 되듯 생생하게 전달된 곽현화의 보톡스 시술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집단 히스테리 같은 광적인 외모 숭배 현상의 현주소를, 그리고 우리의 몸에 화학약품을 주입시키고, 매스를 가하며 몸을 전쟁터로 만드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부인 할 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분명 외모지상주의와 외모차별주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예뻐지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지만 이제 외모는 인종, 성별, 종교, 이념, 교육 등에 이어 인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강력한 차별 요소로 부각됐습니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만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은 미국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의 칼럼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외모 가꾸기에 목숨 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결혼시장에서의 더 나은 배우자와 노동시장에서의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외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성형병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외모와 몸이 곧 자본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성형 열풍은 어느 사이 성형 광풍으로 돌변했습니다.

하지만 성형 광풍의 이면에는 외모가 결혼시장과 노동시장에서 시장가치를 상승시키는 경쟁력이라는 논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외모가 곧 자본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뷰티 산업과 매스미디어가 존재합니다. 즉 외모를 향한 맹목적 숭배 현상은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의 음모가 개입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는 발트라우트 포슈의 ‘몸 숭배와 광기’ 에서의 지적은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와 성형광풍, 그 선봉에 선 연예인의 성행 행태를 설명하는데 상당 부분 유효성을 발휘합니다.
성형외과, 미용업체, 매스미디어 등 거대 기업들은 끊임없이 이윤 창출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몸과 외모는 부족함 투성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다고 해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는 것입니다. 뷰티 산업과 매스미디어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을 외모에 결함이 있다고 설파해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시키는 신체변형장애 환자로 내몰고 있는 탐욕스러운 상업성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 선봉에 연예인이 있습니다.

미국 최대 일간지 USA 투데이는 지난해 12월 27일 아시아에 강하게 불고 있는 성형열풍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서울 한 성형외과 원장의 인터뷰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한국 배우와 가수 등 거의 모든 연예인들이 성형수술을 했으며 성형 고객 대부분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한 수술을 받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매스미디어에 늘 노출되는 연예인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한 사회, 그리고 한 시대의 대중의 미적 기준의 준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상적인 미의 대리자 역할을 합니다. 뷰티산업과 매스미디어들은 바로 이러한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일반인들로 하여금 자신이 몸과 외모에 부족한 결핍을 느끼게 하고 불만을 품게 만들어 성형외과로, 휘트니스 센터로, 화장품 가게로, 다이어트 용품점으로 발을 향하게 만듭니다.



특히 방송, 신문, 잡지 등 매스미디어는 연예인으로 대변되는 이상적 육체와 외모의 상품화의 열기를 고조시켜 실질적인 필요나 진정한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닌 사이비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자극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뷰티산업과 매스미디어의 이윤창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매스미디어는 보다 많은 광고수익을 위해 외모가 경쟁력이고 자본이라는 외모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매스미디어와 함께 일부 연예인들은 바로 성형을 내세우며 외모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TV 등 매스미디어에 나와 성형을 해 자신감과 경쟁력을 높였다고 떠드는 연예인들로 인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육체에 대한 불만을 고조 시키고 있습니다. 육체에 불만을 갖게 하는 그 연예인들로 인해 수많은 뷰티산업과 매스미디어들은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한국 배우와 가수 등 거의 모든 연예인들이 성형수술을 했으며 성형 고객 대부분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한 수술을 받기를 원한다”라는 미국 USA투데이와 가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원장의 인터뷰는 이 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성형 광풍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성형 연예인들에 대한 실상과 그 끝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글을 접하면서 섬뜩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바로 한 시사주간지에 기고한 카이스트 정재승교수의 연예인 성형에 관한 글의 일부입니다.

“대한민국 연예인 집단은 비정상적인 진화 속도로 동질화되고 있는 획일 군집이다. 가장 개성적이어야 할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쌍꺼풀을 가지고 있으며, 입술은 콜라겐 주사법을 통해 일정 크기로 도톰해지고 있다. 예순이 다 돼도 그들의 눈가엔 주름이 없다. 보톡스 주사를 맞아 마치 평생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인양 탱탱한 피부를 유지한다.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연예인들은 사이보그다.”
다음은 성형 연예인을 보면서 병원으로 달려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차례인가요.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피알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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