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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욕심내는 전동 킥보드,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
기사입력 :[ 2019-08-29 15:34 ]


전동 킥보드, 어디까지 용인해야 할까요?

[전승용의 팩트체크]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빌트인 타입의 전동 스쿠터(사실상 킥보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17년 선보인 아이오닉 스쿠터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로, 2021년경 출시될 신차에 옵션으로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원을 살펴보니 10.5Ah 크기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한 번 충전하면 약 2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고속도는 안전을 위해 시속 20km로 제한될 예정이고요. 무엇보다 7.7kg의 가벼운 무게와 3단으로 접히는 구조여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2년 뒤 양산형 모델이 나올 때면 주행거리는 더 늘어나고 무게는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이런 전동 스쿠터처럼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하려는 욕구는 공유 경제 시대와 맞물려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겁니다. 이미 ‘킥고잉’ 같은 전동 스쿠터와 ‘따릉이’ 같은 자전거가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요.



관심 있게 기사를 본 후 댓글을 확인하는데 어쩜 그렇게 한결같은 내용이 적혀있는지 신기했습니다. 대부분 바퀴가 작아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었습니다. 현대차는 작은 바퀴로 인한 승차감 저하를 위해 앞바퀴에 서스펜션을 추가했다고 설명했지만, 승차감이 아니라 안전에 저해된다는 것입니다.

‘전동 킥보드 타본 사람들은 저 작은 바퀴가 얼마나 위험하고 비현실적인지 잘 안다. 단순히 승차감의 문제가 아니다. 저래서는 3cm 턱도 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는 어떻게든 바퀴를 키우는 쪽인데. 시대 역행이라 안타깝지만. 아이디어는 높이 살 만하다. 다만 바퀴는 좀 키워주길…’이라는 댓글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다른 댓글을 봐도 안전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10인치 바퀴도 보도블록 때문에 넘어져서 병원에 실려 간다, 작은 구멍이나 턱에 걸리면 바로 꼬꾸라진다, 모래알에 걸려도 넘어질 것 같다 등의 걱정을 하더군요.

현대차가 양산형 모델을 내놓을 때 이런 걱정들이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어떤 이동 수단이더라도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사항은 안전이니까요.



그런데, 현재 전동 킥보드의 안전을 저해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제도’입니다. 늘 그랬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제품과 달리 제도는 너무도 느리게 바뀝니다.

전동 킥보드는 자동차로 구분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통환경 및 법제는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 정도로만 구분되어 있는데, 전동 킥보드는 전기 동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동차에 포함되는 것이죠.

애매합니다. 새롭게 등장한 개인형 이동 수단이다 보니 전동 킥보드에 대한 명문 규정 없이,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들어가 스쿠터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차도에서 운행해야 합니다. 공원 등에서 운행할 수 있는 예외적인 규정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인도를 달려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9월 전동 킥보드에 치여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죠. 법적으로 최고속도를 시속 25km로 제한했지만, 인도에서 25km/h는 보행자에게 매우 위협적인 속도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요.

그렇다고 전동 킥보드를 차도에서만 운행하라고 내모는 것은 더 위험해 보입니다. 아무리 도심 끝 차선 도로라 해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를 달리기에 전동 킥보드는 너무도 불안합니다. 그나마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안전해 보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는 불법입니다.



당연히 보행자(또는 자전거 이용자)와 전동 킥보드 이용자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밖에요.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은 전동 킥보드가 인도나 공원, 자전거 전용 도로에 나타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합니다. 반면,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은 이용 가능한 도로를 늘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양측 의견 모두 타당합니다. 그래서 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부 관련 부처가 명확하게 기준을 만들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죠.



일단, 전동 스쿠터의 정의부터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제품의 특성이나 사용 환경상 어디로 분류되는지 구분해야겠죠.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 등 기존 카테고리에 들어가기 애매하다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면 됩니다. 억지로 옛 기준에 끼워 맞추니 이런 문제들이 생겨나는 겁니다.

아울러 현재 있는 제도는 지켜지도록 해야 합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16세 이상부터 운행할 수 있고,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고, 음주 운전도 금지돼 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운행 환경도 개선해야 합니다. 최고속도를 더 낮춰 인도에서도 달릴 수 있게 하든, 자전거 도로 이용을 허가해주든 해야죠. 전동 킥보드와 원리가 비슷한 전기자전거의 경우, 지난해 자전거법 개정을 통해 원동기에서 제외되고 자전거로 포함됐습니다. 둘 다 최고속도는 25km/h로 같지만, 전동 킥보드의 속도를 낮추자는 것은 자전거보다 운행 환경이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보험 등의 위험 관리 시스템도 갖췄으면 좋겠네요. 바퀴가 작다 보니 함몰된 도로나 맨홀 등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곳에서는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또, 현재 자동차로 분류됐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 보행자는 ‘사람 vs 자동차’, 자전거는 ‘자전거 vs 자동차’, 자동차는 ‘자동차 vs 자동차’ 처리가 됩니다. 대부분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교육도 해야겠죠. 전동 킥보드는 조작이 간단해 이용이 편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이 없으면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의 약 80%는 운전 미숙으로 인한 단독 사고라고 합니다.

전동 킥보드에 대한 안전 관리도 필요합니다. 저가의 불량 제품이나 불법 튜닝으로 속도 제한을 해제한 제품이 도로를 달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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