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강림’, 과장된 외모지상주의보다 더 불편한 건
‘여신강림’이 외모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 무엇이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가 화장을 통해 여신이 된 주경과 남모를 상처를 간직한 수호가 만나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자존감 회복 로맨틱 코미디.’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결국 드라마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 게다. 화장을 통해 달라진 외모로 같은 인물이 왕따에서 여신으로 바뀌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일 테니 말이다.

실제로 드라마는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지독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임주경(문가영)이 주인공이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화장으로 변신(?)한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좋기도 하지만, 그는 늘 불안하다. 언제 자신의 진짜 얼굴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나타난 이수호(차은우)얼굴천재로 불리며 모든 여학생들의 애정공세를 받는 인물. 그런데 이수호는 이상하게도 화장으로 변신한 임주경보다 쌩얼로 인연을 맺게 된 임주경에 더 호감을 느낀다. 이 구도가 말해주는 것도 결국 외모는 누군가의 진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일 게다.

그런데 과연 <여신강림>은 이런 메시지 그대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을까. 드라마가 보여주는 외모에 대한 시선은 그렇지 않다. 이수호와 한서준(황인엽)이 새봄고의 얼짱으로 등장할 때 드라마는 이들 앞에서 하트 눈이 되어 따라다니고 쓰러지는 여학생들을 과장되게 연출한다. 또 학교에서 얼짱으로 이름난 여학생이 버스를 타면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주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연출된다. 물론 임주경이 쌩얼로 버스에 타면 그 얼굴 때문에 불쾌한 표정을 짓고 심지어 괴물 보듯 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여지없이 그려진다. 이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기보다는 그것이 현실이라고 확증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는다. 그런데 과연 이건 진짜 현실일까.

외모에 대해 신경 쓰는 시기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그것 때문에 한 학생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일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대놓고 못생겼다, 토할 것 같다, 얼굴이 이 지경인 줄 알았으면 친구 안했다 같은 말들을 내놓는 것도 상상 신에 등장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전제로 깔고 있는 외모에 대한 시선이다. 그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에 의해 부추겨진다. 외모가 모든 걸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 이렇게 과장되게 외모지상주의의 상황을 전제하는 건 그래서 현실을 비판한다기보다는 현실을 과장함으로써 보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품의 욕망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가 과장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보다 더 불편한 건 임주경이라는 인물에 투영된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다. 아마도 지금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는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남녀 관계의 틀(물론 최근의 순정만화들은 이런 틀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을 그대로 반복하는데서 생겨난 이 시선은 임주경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수동적으로 그려낸다. 이수호나 한서준을 만나면 임주경은 자꾸 넘어지고 쓰러지고 부딪침으로써 그들의 보호를 받는 인물로 연출된다. 다소 맹한 캐릭터인데다,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그러면서 외모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주체적인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무엇보다 <여신강림>의 영상 연출 장면들을 보면 특히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이 드러난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고 하지만,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를 두드러지게 연출하고, 이른바 얼짱 남학생들을 마치 신적인 존재인 것처럼 모두가 선망하는 모습으로 담아 놓는다. 또한 학생으로서의 다양한 고민들이 모두 삭제된 채, 오로지 외모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학생들을 단순화해 보여주는 느낌마저 든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면, 드라마가 보여주는 영상들도 그 의도에 맞는 연출을 보여줘야 한다. 만일 그런 주제의식이 연출에서도 담겨지지 않는다면, 자칫 거꾸로 외모지상주의가 현실이라는 걸 확증하는 엉뚱한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모지상주의와 짝패처럼 따라다니는 구시대적인 남녀 관계에서의 틀에 박힌 성역할 고정관념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아쉽게도 <여신강림>은 지금의 달라진 감수성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이중적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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