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도 김순옥 작가처럼, 죽음과 부활이 너무 쉽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사망한 남편의 귀신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시즌2로 돌아온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즌1에서 김동미(김보연)의 방치로 영화관에서 사망한 그의 남편 신기림(노주현)이 귀신이 되어 그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엔딩을 맺었다. 그리고 김동미는 그 집의 가사도우미로부터 원장님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면서도 김동미는 아무도 없는 집에 앉아 “있어요?”하고 묻는다. 공포영화 같은 장면이다.

시즌2 첫 회의 엔딩은 귀신이 된 신기림이 그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었고, 2회의 엔딩 역시 청소를 하던 가사도우미가 화들짝 놀라 김동미를 부르고 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향후 이 귀신 설정이 어떤 이야기 전개로 흘러갈 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매 회의 엔딩에 처리됨으로써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사실 피비라는 필명으로 돌아온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작 전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내로남불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불륜의 시점을 바꿔 로맨스로 그려내는 반전으로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래도 과거 <신기생뎐>에서 눈으로 레이저빔을 쏘는 장면 같은 황당한 설정이나 상황을 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 임성한 작가도 조금은 달라진 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2는 시작부터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이 작가의 본색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하늘이시여>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갑자기 사망하는 인물이 나온 바 있고, <신기생뎐>에서는 갖가지 무속과 미신이 황당한 연출까지 더해 매 회 시청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이런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일까.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내로남불은 너무나 점잖게 여겨졌던 면이 있다. 그런데 귀신의 등장은 어딘가 그것마저 착각이 아니었나 싶게 만든다.

이른바 막장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나 최근 그 아성에 도전하는 김순옥 작가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두 작가 모두 인물의 죽음도 부활도 너무 쉽게 처리된다는 점이다. 시즌3로 돌아온 김순옥 작가의 SBS <펜트하우스>는 첫 회부터 로건 리(박은석)의 죽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의 형 알렉스(박은석)가 레게머리를 하고 등장했다. 이것은 심수련(이지아)의 죽음이 쌍둥이 설정으로 나애교(이지아)의 죽음이라는 반전으로 처리되는 방식의 반복이다.

김순옥 작가는 ‘죽은 자의 부활’을 복수극의 흔한 도구로 활용한다. 죽은 자들은 그래서 다시 돌아온다. 쌍둥이로 돌아오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얼굴에 점 하나를 찍고 돌아와 다른 인물이라고 믿어진다. 임성한 작가는 어이없게 사망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때론 <결혼작사 이혼작곡>처럼 귀신으로 돌아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자를 괴롭힌다. 두 작가 모두 죽음과 부활이라는 코드를 쓰는 건 ‘복수극’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것 자체가 잘못됐다 말하긴 어렵지만, 그 과정이 너무 단순한 건 개연성과 완성도에 흠집을 내고 무엇보다 그 설정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저 자극적인 전개를 위한 ‘떡밥’처럼 쓰이는 건 아닌가 하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이렇게 등장한 귀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과거 임성한 작가의 막장 본색을 다시 드러내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차라리 ‘내로남불’의 이야기를 더 깊게 탐구하는 편이 그나마 나을 수 있어서다. 쉽게 죽이고 쉽게 되살리는 방식은 자칫 드라마의 방향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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