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 임성한 작가의 불륜이 더 자극적인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새엄마가 수면제를 먹여 잠든 아들의 몸을 야릇하게 만지고 키스를 하려 한다? 신문 사회면 기사로 나올 법한 광경이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에는 등장한다. 이미 이 새엄마 김동미(김보연)는 시즌1에서도 나이 많은 남편 신기림(노주현)이 극장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어갈 때 이를 방관하는 광기어린 얼굴로 순간 드라마를 공포 장르로 만들어버린 인물이다.

죽은 남편이 원귀가 되어 집에 출몰하고, 가사도우미가 두려워 일을 그만두자 아들 신유신(이태곤)의 집에 기거하게 된 김동미는 겉으론 손녀 봐주며 집안일 도와주는 어머니처럼 행세하지만 사실은 수면제를 갈아 물에 타 며느리 사피영(박주미)에게 먹여 잠재운 후, 신유신이 귀가할 때 일부러 소파에서 허벅지를 드러낸 채 그를 유혹하는 충격적인 욕망의 소유자다. 그가 신유신의 마사지를 해주는 손길에는 아들 챙기는 새엄마의 마음이 아니라, 더러운 욕정이 느껴진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 신유신에게 김동미가 키스를 하려는 장면에서 더 자극적인 건, 죽은 남편의 원귀가 그걸 보고 있다가 아들의 몸으로 빙의되는 설정이다. 원귀는 아들 신유신에게 키스하려는 김동미를 원망과 분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애초 나이 많은 신기림과 결혼을 할 때부터 그 아들인 신유신에게 마음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런 설정과 장면들은 패륜과 범죄에 가까워 아찔하다.

그런데 이런 다소 과할 수 있는 설정들을 임성한 작가는 ‘상상 신’을 활용해 아주 천천히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단번에 보여주면 ‘막장’이라 욕먹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신유신이 소파에 잠든 김동미를 안아 들어 올려 침대로 옮겨주는 그런 장면은 김동미의 상상 신으로 처리된다. 실제로는 신유신이 이불을 가져다 김동미를 덮어주는 장면인 것.

이러한 상상 신의 활용은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보여주는 임성한 작가의 새로운 면모다. 그는 이른바 막장 상황을 현실로 드러내놓고 그리기보다는 이제 상상 신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이시은(전수경)이 남편의 내연녀인 남가빈(임혜영)을 만나 나누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딸 박향기(전혜원)가 참다못해 남가빈에게 비수 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장면은 결국 박향기의 상상으로 처리된다. 실제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던 것.

이러한 상상 신은 두 가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 하나는 실제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상상을 통해 그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실제 일어난 일 같은 실감을 준다는 점이다. 즉 막장의 설정이 주는 자극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게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닌 상상이었다고 강변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 한 가지는 이런 장면들은 다음 회 예고 등에 슬쩍 들어가 마치 진짜 벌어진 일처럼 느끼게 함으로써 일종의 ‘낚시’의 떡밥 효과를 낸다.

임성한 작가는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놓고 막장 설정을 그렸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자극적인 막장 상황들을 보여주면서도 그걸 드라마 구성이나 상상 신 같은 장치로 그럴 듯하게 포장해낸다. 시즌1에서 아내들의 관점으로 남편들이 벌이는 불륜이 얼마나 가정을 파괴하는 일인가를 폭로하다가, 갑자기 시점을 과거로 되돌려 남편들의 관점으로 불륜을 로맨스로 포장하는 방식도 그 중 하나다.

놀랍게도 송원(이민영)은 판사현(성훈)과 불륜을 저지르고 아이까지 갖게 만든 내연녀이지만, 판사현의 부모가 그를 만나고 호감을 느끼는 장면을 통해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판사현의 아내인 부혜령(이가령)은 사실상 남편의 불륜으로 고통 받는 아내지만 마치 판사현의 앞길을 막는 인물처럼 부정적인 인물로 표현되어 있다. 임성한 작가는 사실상 막장에 가까운 자극적인 설정들과 상상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지만, 그 방식이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어 객관적으로 벌어진 사실과 이를 바라보는 주관적 판단이 애매하게 뒤틀어진다.

불륜도 그렇지만, 새엄마가 아들을 욕망하는 그런 패륜적 설정은 15세 드라마로서는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드라마는 주관적 시점을 집어넣어 교묘하게 설득함으로써 마치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그려낸다. 바로 이 지점은 <결혼작사 이혼작곡>이 막장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예 막장은 “저런 일이 어떻게 벌어져”하며 허구를 전제로 보는 안전장치라도 있지만, 임성한 작가의 상상은 그럴 듯하게 보여 불륜이든 패륜이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속삭임을 건네고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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