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우여곡절은 있어도 늘 해피엔딩인 세계가 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모두가 기대했고, 예상했던 대로 익준(조정석)과 송화(전미도)는 서로의 마음을 받아주며 사랑을 확인했다. 젊어서부터 익준에 대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어쩌다 엇갈리게 됐고, 그렇게 친한 친구로 오래도록 지내다보니 연인이 된다는 사실이 ‘친구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되면서 이들은 또 엇갈렸다. 하지만 익준이 퍽치기 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송화는 후회했다.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았던 걸.

석형(김대명)과 민하(안은진)도 모두가 기대했고 예상했던 대로 공식 커플이 됐다. 갑자기 잘 해주는 석형에게 민하가 “우리 지금 사귀는 거 맞냐”고 묻자 석형은 “나도 너 좋아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고백해.”라고 답하며 꼭 껴안았다.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며 돌직구를 날리곤 했던 민하에게 석형은 이미 호감을 갖고 있었다. 아들 사랑이 과한 어머니를 의식해 해외 연수를 간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민하와의 관계를 공식화하려 남모르게 노력해온 것.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이제 시즌 종영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커플들이 이제 하나 둘 사랑을 확인하며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익송커플(익준, 송화), 곰곰커플(석형, 민하)은 물론이고, 정원(유연석)과 겨울(신현빈)이 그리고 준완(정경호)과 익순(곽선영)의 그린라이트도 순항 중이다. 겨울의 가정폭력 아픔까지 공유한 정원의 사랑은 더 깊어졌고, 건강이 악화되어 헤어졌던 익순은 오빠 익준의 오작교로 다시 준완을 만나게 됐다.

멜로 라인의 해피엔딩은 지금껏 <응답하라> 시리즈를 하면서 늘 이우정 작가가 써온 방식이었다. 다만 달랐던 건 <응답하라> 시리즈는 도대체 누가 누구와 이어지는가 하는 궁금증을 유발했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이미 관계를 맺은 커플들이 과연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로 궁금증을 만들었을 뿐이다. 이우정 작가의 작품들은 가족드라마, 장르물, 멜로드라마, 휴먼드라마가 겹쳐져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멜로 라인의 완성은 드라마의 중요한 동력인 게 사실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건 러브라인만이 아니다. 병원을 공간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매회 무수한 환자들이 등장하고 결코 쉽지만은 않은 수술들이 의사들의 미션으로 주어진다. 그런데 이들의 수술도 우여곡절은 있지만 대부분 성공한다. 물론 병원이기 때문에 실패 사례가 없을 수는 없고 그래서 환자가 사망하는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율제병원 5인방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다른 의사, 레지던트들의 경험을 통해 그려진다.

사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지점은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이야기를 너무 판타지로 만드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팬들 중에는 시즌1에 비해 시즌2의 이야기에 실망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러브라인과 환자와의 에피소드로 패턴화된 이야기가 단조롭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애초에 캐릭터를 중심으로 세워놓고 보다 의사들의 자잘한 일상들을 담아간다는 기획의도를 시작했다. 그러니 의사들의 일상일 수밖에 없는 가족, 사랑, 우정과 더불어 병원에서의 만만찮은 일의 세계가 그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다만 너무 모든 걸 잘 해내고 선한 의지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점이 현실과 너무 유리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병원이나, 이런 선한 의지를 가진 의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작품에 판타지로 투영하는 게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건 더 강렬하게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이나 전개를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기대한 분들이라면 너무 담담해서 실망감을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잔잔한 일상들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어떤 결과를 보고픈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의 이런 담담함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실 익준과 송화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비 내리는 날 차 안에서의 키스신은 그 자체로는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보긴 어렵다. 그저 송화가 자기 마음을 익준에게 전하는 것이니.

하지만 그간 두 사람 사이에 계속 누적되어온 자잘한 마음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는 이 순간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것은 석형이 민하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이야기는 자잘한 일상들의 누적을 통해 어느 순간 평범해 보이는 말조차도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해낸다.

물론 현실은 다를 수 있다. 현실의 많은 우여곡절들은 더 아프게 상처 입은 이들을 더 밑으로 끌어내리곤 하니까. 하지만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2>이 자잘한 일상들의 누적을 통해 그려내는, 우여곡절은 있어도 그 끝에 해피엔딩인 세계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그것이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판타지일 지라도. 모두가 기대했고 예상했던 대로의 해피엔딩일 지라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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