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이하늬, 여태껏 이렇게 속시원한 재벌가 며느리 없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의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연주(이하늬) 검사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조연주 검사의 기억상실 전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배우 이하늬가 연기한 박경선 검사 캐릭터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SBS 금토드라마의 화려한 시대를 연 <열혈사제>는 주인공 김해일(김남길) 외에도 수많은 조연 캐릭터들이 사랑받았다. 그 중에서도 속시원하게 할 말 다하는 박경선 검사는 꽤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였다. 특히 배우 이하늬의 시원스런 냉국 같은 목소리까지 어우러지며 굉장히 호방한 매력의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박경선 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도 재밌겠다고 느꼈을 정도. SBS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원 더 우먼>을 통해 대놓고 <열혈사제>의 부트랙 같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원 더 우먼>은 <열혈사제>와는 다른 방식의 드라마다. <열혈사제>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속시원하게 비꼬아 사랑받았다. 반면 <원 더 우먼>은 언뜻 보기에는 흔한 막장재벌극 드라마의 외형을 지녔다. 재벌가로 시집와 구박받는 며느리 강미나(이하늬) 캐릭터는 막장재벌극의 전형적인 여주인공 같은 캐릭터다.

<원 더 우먼>은 기억상실에 걸린 검사 조연주를 재벌가의 며느리 강미나로 뒤바꿔놓는다. 물론 이런 방식의 구도 역시 드라마에서 늘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짜 재밌는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비볐을 때 터지기도 한다. <원 더 우먼>도 마찬가지다. <원 더 우먼>은 낡은 막장재벌극의 세계로 들어온 ‘원더우먼’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여전히 이 드라마 속 세계의 인물은 막장재벌극의 역할에 어울리게 살아간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 손윗동서 등등.

하지만 지금껏 임신 이야기를 하는 재벌가 시어머니에게 ‘돼지 접붙여요?’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응대하는 며느리 캐릭터는 없었다. 재벌가의 절대 가부장 시아버지에게 대놓고 경영논리에 맞춰 응대해 기를 꺾어놓는 며느리 캐릭터도 없었다.

그렇다고 조연주가 막무가내 캐릭터인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원 더 우먼>은 막장재벌극 특유의 기싸움이 없다. 다른 캐릭터들은 음모와 협잡으로 접근하지만, 조연주는 논리와 이성 재빠른 채지로 대응하며 기싸움의 싹을 잘라버리기 때문이다. 그 덕에 <원 더 우먼>은 늘어지는 고구마 전개 없이 ‘팝콘각’의 재미로 지켜볼 수 있다. 물론 가짜 재벌가 며느리이자 재벌기업 운영자 조연주의 정체가 언제 드러날 것인지 궁금하기에 특유의 긴장감은 놓치지 않는다.

여러모로 <원 더 우먼>은 시청자에게 사랑받기 좋은 요소들을 고루 갖추었다. 쉽고, 속시원하고, 흥미롭고, 가끔은 사랑스럽다.

여기에 배우 이하늬 또한 조연주 캐릭터를 빤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물론 이 배우가 <극한직업>의 형사 역할부터 비슷한 페르소나를 연기하기는 했다. 배우 이하늬는 시원시원한 텐션을 밀어붙이는 힘이 좋고 장면을 맺고 끊는 감각이 좋다. 다만 은밀하고 감정적인 연기나 편안한 생활연기는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하늬의 페르소나들은 그간 막장재벌극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유형이다. 그 덕에 배우 한지혜나 유진이 연기했다면 빤할 수 있는 <원 더 우먼>의 식상한 장면들이 신선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원 더 우먼>에는 조연주의 상대배역 한승욱 역의 배우 이상윤도 있다. 이상윤은 이번에도 바비인형의 남친 켄이 미간 찌푸린 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원 더 우먼>에서처럼 멋진 캐릭터를 만나면 이상윤은 잠시 미소만 지어도 드라마의 흥행에 일정부분 기여는 한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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