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빵식이 아재의 감동... 빵이 아닌 착한 마음이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빵 가져가- 요구르트도 요구르트도 가져가!” 경상남도 남해군의 행복 베이커리의 아침은 ‘빵식이 아재’ 김쌍식씨가 아이들에게 외치는 소리로 열린다. 등굣길의 아이들은 익숙한 듯 빵과 요구르트를 챙겨간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빵식이 아재 김쌍식씨는 그런 아이들에게 가족처럼 편안하게 안부를 묻고, 말을 걸어준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쌍식씨는 1년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등굣길 아이들에게 빵을 내놨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시간 정도 일찍 가게에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그의 얼굴은 베이커리 이름처럼 행복해 보였다. 어려서 잘 산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돼 어려워졌을 때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쌍식씨는 빵집을 열면 무료로 나눠주겠다 일찍부터 생각해왔다고 했다. 이전에는 마트에 있어 할 수 없었던 걸 이제 직접 가게를 차려 하게 됐다는 거였다.

빵을 나눠주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있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쌍식씨가 한 답변은 “애들이 학교 갈 때나 올 때나 저를 보고 인사를 다 합니다”였다.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닐 것 같은 ‘인사’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 말은, 어딘가 보다 큰 것들을 성취하는 것만 인생의 행복일 것처럼 여겨온 생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안녕하세요”,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그 인사가 보람이라는 것. 쌍식씨의 행복론이 소박해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 행복감에 빵을 계속 만들어 나눠준다는 쌍식씨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그건 코로나 19로 지난 4,5,6월에 너무 힘들어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나눠주지 못한 일 때문이라고 했다. 빵이야 직접 자신이 만들어 구우면 되는 일이었지만 요구르트는 사서 나눠줘야 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 그 말에 유재석은 적이 놀라는 눈치였다. 요구르트를 살 돈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빵을 구워 아이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힘들 때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빵을 구워 나눠줬다는 쌍식씨에게 유재석은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쌍식씨는 “애들 생각하면 안할 수가 없지 않냐”고 되물으며 따뜻하게 웃었다. 의외로 밥 못 먹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매일 찾는 아이들이 2,30명은 있다는 쌍식씨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거였다. 이외에도 20년 가까이 빵 봉사를 해왔다는 쌍식씨는 현재 8개 단체에 정규적으로 빵을 나눈다고 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년에 약 2천만 원이나 된다는 것. 한 달에 약 200만원 가까운 돈을 기부하는 셈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만류할 정도로 베풀며 살아가는 쌍식씨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난 돈 필요 없다”며 “혼자 사는데 뭐 돈이 필요가 있습니까? 제 쓸 만큼만 있으면 돼죠.”하고 말했다. 빵집도 자가가 아닌 월세로 임대를 하고 있다는 쌍식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13년 된 차 하나 있습니다.” 저녁 마치고 통닭에 맥주 한 잔 정도가 자신을 위한 사치라고 부르는 쌍식씨는 그 선행들이 알려져 LG의인상을 수상했다. 몇 번 거부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설득으로 상금을 받아 빌렸던 돈을 갚았다고 했다.

사실 요즘 신문지상에서는 불법적인 투기로 수 백 억을 벌어들였다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또 부동산 가격이 수 십 억을 호가하게 된 현실이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그래서인지 수십, 수 백 억조차 많은 수치로 여겨지지 않아질 정도다. 그런데 그런 불법적인 일까지 벌이면서 채우려는 욕망들로 과연 그들은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있을까. 쌍식씨의 ‘행복 베이커리’ 이야기는 그래서 귀하디귀하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진짜 행복이 무엇인가를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손님 중에는 100만 원짜리 돈 봉투를 놓고 도망치듯 가버린 커플도 있다고 했고, 자기 모르게 카드로 돈을 더 많이 내고 가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쌍식씨가 나눈 따뜻함이 다시 감사한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그 과정. 그 곳에 진짜 행복이 있는 게 아닐까. 놀라운 건 쌍식씨의 이런 나눔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민지는 학교 가는 길에 빵 놓인 거 보면 어때요?” 제작진의 이런 질문에 민지는 “기분이 좋다”고 답했고, “왜 기분이 좋아지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아저씨의 착한 마음.”

어쩌면 그저 빵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빵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착한 마음’이 주는 따뜻함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었다. “이것은 내 살이다”라며 빵을 나눈 성인처럼 그 빵은 단지 배고픔의 허기만을 채워주는 게 아니라 영혼의 허기까지 채워주고 있었으니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 쌍식씨의 행복론은 수 백 억을 들여서도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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