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 과연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과연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종착역에 다다르고 반전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행복을 비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결국 이 드라마가 감방이라는 밑바닥 인생을 들여다보려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고, 그 곳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본래의 삶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 많은 인간군상들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어쩌다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에서 교도소에 들어와 감방생활을 하게 되고 어깨까지 다쳐 야구선수로서의 은퇴선언까지 했던 제혁(박해수)은 과연 다시 현역 선수로 복귀하고 헤어졌던 연인 지호(정수정)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껏 그 많은 고통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나름 슬기로운 해법들로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 감방 안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을 받은 그의 행보를 보면 그가 꿈꾸는 일들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어깨를 다쳐 왼손 투수를 포기한 그가 더 짱짱한 오른손 투수로 전향해 등판하는 것처럼, 그에게 역경이란 반전의 해답을 위해 던져지는 질문 정도로 보인다.



유대위(정해인)는 과연 재심이 잘 진행되어 누명을 벗고 교도소를 나올 수 있을까. 그래서 ‘악마 유대위’라는 별명이 바뀔 수 있을까. 무엇보다 실제 살인을 저질렀던 인물이 검거되어 죗값을 치를 수 있을까. 가장 잘 관심병사를 챙겼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되어 감방에 들어오게 된 그는 과연 다시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늘 가족을 챙기지 못했던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는 자신의 간을 떼어준다. 하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아들이 수술을 거부할까봐 자신이 아버지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과연 그는 가족과 다시 만나 화해를 이룰 수 있을까.



회사가 잘못한 일들을 혼자 떠안고 배임 횡령죄로 감방에서 살게 된 고박사(정민성)는, 그것이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심지어 감옥에 있는 자신에게 회사의 또 다른 문제들까지 떠안으라는 제안을 받은 것. 결국 그 증거들을 녹취해 오히려 그들의 뒷통수를 친 고박사는 그 후로 잘 살아가고 있을까.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던 가족들의 행복은 지켜지고 있을까.

마약복용 혐의로 엄마가 신고해 감방까지 오게 된 한양(이규형)은 뒤늦게 자신이 한 일들을 후회한다. 일본유학 중 남자친구와 관계가 틀어져 유혹의 늪에 빠지게 됐던 한양. 감방에 와서야 마약을 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는 그러나 출소하자마자 마약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시청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마지막회에 다시 반전을 이뤄 가족과 연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장기수로 20여년을 감방에서 지내온 장기수(최무성)는 드디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라갔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탈락했다. 물론 한 때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 긴 세월동안 그에게는 기댈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보였다. 갑자기 인터뷰를 빙자해 찾아온 한 소녀는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데, 알고보니 실제 그의 딸이어서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가석방에 떨어진 장기수는 과연 성탄절 특사로 석방돼 자신의 가족과 함께 또 감방에서 부자지간이 되어버린 장발장(강승윤)과 함께 가족을 이룰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제혁의 절친으로서 그의 교도소생활의 수호천사가 되어주었던 준호(정경호)가 제혁의 여동생인 제희(임화영)와 연인 그 이상의 관계로 나갈 수 있을지,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의 츤데레 천사였던 팽부장(정웅인)도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이 드라마에 나온 너무나 많은 인물들의 행복을 기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이라는 것이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그저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가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만들고, 그 행복이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 시청자들이 바라는 대로 된다면 이 어려운 시대에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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