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영리한 재미로 승부 보던 전성기로 돌아가려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개국 초기에 JTBC는 드라마보다 예능으로 승부를 보던 채널이었다. 특히 JTBC의 예능들은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신선함이 강점이었다. 정보와 재미를 함께 주는 일거양득 효과나 시사와 예능을 넘나드는 스마트함이 돋보였다.

특히 <썰전>JTBC하면 떠오르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2013JTBC는 시사토크쇼와 예능의 결합이란 다소 불확실한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 시기에 이철희, 강용석, 유시민, 전원책 등의 인물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정치교양 샐럽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항상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믿음직한 프로그램이었다.

한편 <썰전> 2부에서 활약하던 허지웅은 성시경, 신동엽과 함께하는 <마녀사냥>으로 완전한 입지를 굳혔다. <마녀사냥>은 연애와 그린라이트를 소재로 당시의 흔한 연애 예능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연애 을 푸는 예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하면서도 연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프로는 이전에 없던 유형이었다.

샐럽이나 연예인 부부와 그 아이들이 출연한 <유자식 상팔자> 역시 당시에는 신선한 예능이었다. 그 구성은 당시 유행하던 떼토크였지만 그 아이템은 지금까지도 유행하는 가족 관찰 예능의 조상뻘쯤 되는 부분이 있다.

2014년 시작한 <냉장고를 부탁해><비정상회담> 역시 JTBC 예능의 건강한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짧은 시간에 패널들이 원하는 느낌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쉐프들,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들려주는 각국의 이야기는 자극적이지 않아도 예능이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글로벌한 유머감각 역시 이 프로그램들의 재미 중 하나였다.

이후 정보와 예능을 겸비한 JTBC 예능들은 지상파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도 활용도가 높았다. 지금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먹방, 시사, 여행, 연애, 경제 채널 등의 기본 코드는 5~6년 전에 유행했던 JTBC 예능들과 흡사하다. 물론 채널로 넘어오면서도 좀더 개인적이고 전문적이고 속도감 있는 스타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2020JTBC의 예능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그리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효리네 민박><슈가맨> 이후 최근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JTBC 예능은 많지 않다. 스포츠스타 어벤져스 군단의 조기축구라는 아이디어가 뛰어난 <뭉쳐야 찬다>와 욕받이 예능이지만 꾸준한 시청층이 있는 <아는 형님>으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정도다.

특히 2020JTBC가 새로 선보인 <77억의 사랑>이나 <정산회담> 역시 초라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두 프로그램 모두 <비정상회담>이 떠오르지만 그만 못하다. 두 프로그램은 몇몇 예능 프로그램의 실패 이후 과거 JTBC 예능이 보여준 성공코드를 재활용한 예능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이미 유튜브의 인기 있는 여행, 연애, 경제채널보다 몇 박자 느린감이 있었다. 그렇다면 유튜브와 다른 방송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포맷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딱히 방송으로 시간 맞춰 찾아보고 싶은 예능은 아니었던 것이다.

<77억의 사랑>은 세계 각국의 연애 이야기를 주 포맷으로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미스터트롯>의 스타들이 패널로 들어온 후에야 최고 시청률을 올리고 막을 내렸다. 재테크 전문 예능인 <비정산회담>은 경제 예능이 지니고 있어야 할 전문성을 좀 더 밀어붙이지 못한 부분이 한계였다.

이 두 프로그램이 아닐지라도 최근 몇 년간 JTBC 예능은 방황기였다. 안타까운 것은 시도는 많았으나 시청자와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유익하면서도 새로운 예능을 원하는 시청자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다. 편안한 예능을 원하는 시청자의 눈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느슨해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2020년 봄과 여름의 JTBC 예능 지형도는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다. 그 동안 JTBC<효리네민박>이나 <캠핑클럽>, <비긴어게인>을 통해 감성예능의 장르를 만들어왔다. 억지로 웃기지 않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힐링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시청자의 호응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JTBC 예능의 스테디셀러인 <팬텀싱어><히든싱어> 역시 꾸준히 사랑받고 사랑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감각 있고 이야깃거리도 풍성했던 JTBC 예능 전성기 시절의 몇몇 프로그램들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와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감탄할 수 있는 영리한 재미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의미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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