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드라마 ‘좀비탐정’, 예능보다 드라마가 더 필요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에는 예능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언젠가부터 예능드라마라는 새로운 지칭은 과거 시트콤 같은 상황극을 가져오면서도 미니시리즈적인 스토리라인 구성을 갖고 있는 드라마에 붙기 시작했다. 예능으로 분류되어 연말 시상식에도 <연예대상>의 후보로 오르곤 했던 시트콤은 그런 처지들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점점 사라지고 있던 차에, 예능적 상황극의 재미를 가져오면서도 드라마로 평가받을 수 있는 대안으로서 예능드라마라는 새로운 지칭이 탄생했다.

<좀비탐정>은 인간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좀비라는 존재를 뒤집어 거꾸로 인간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좀비라는 웃픈설정을 가져온 드라마. 이런 좀비를 주인공으로 세운 건 여러모로 현 세태를 풍자하기 위함이다. 인간이 좀비보다 훨씬 더 무섭고, 더 좀비 같은 상황들을 보여주는 건 그래서 블랙코미디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져든 의뢰인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 그 곳에 들어갔다가 쫓기는 좀비 김무영(최진혁)의 모습은 좀비에게 쫓기는 인간의 구도를 뒤집어 놓는 상황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또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김무영이 자신의 소지품 중 지포라이터를 SNS에 공개한 걸 보고 나타난 산타 유괴 살인 사건의 목격자 오형철(이가섭)6회 말미에 용케도 살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함으로써 어딘지 김무영과 심상찮은 관계인 게 드러난다. 여기서도 좀비인 김무영과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오형철이라는 인물의 실체가 정반대의 구도로 서게 된다. 진짜 괴물은 좀비가 아닌 좀비보다 못한 범죄자라는 것.

<좀비탐정>은 이처럼 김무영이라는 독특한 좀비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이 충분하다.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어딘지 짠내가 풀풀 나는 캐릭터는 고스란히 인간세상의 부조리를 끄집어내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어딘지 지나치게 예능적인 요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아쉬움을 보인다. 물론 초반 인간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각고의 수련을 하는 과정 같은 것들은 꼭 필요한 예능적 상황이지만, 오형철이 노모를 잃어버렸다고 도와 달라 청하고 그래서 산에 들어가 발견한 노모 앞에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너무 과한 예능적 설정으로 보인다. 그 장면이 이야기 전개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블랙코미디적 요소나 풍자적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예능드라마라 타이틀을 붙이고 있으니 예능적 요소들은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쩌면 이 드라마가 가진 톤 앤 매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예능드라마지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능적 요소들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이 드라마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시청자들은 계속 몰입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이 시간대에 이 프로그램을 예능이 아니라 드라마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K좀비라는 지칭이 생길 정도로 최근 우리네 좀비 장르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좀비탐정>은 그 K좀비들 속에서도 독특한 좀비 캐릭터를 내보이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좀 더 살리기 위해서는 웃기기 위한 장면에 집착할 게 아니라 본격적인 사건 스토리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왜 그런 처지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배후에는 어떤 인물들이 숨겨져 있는지 확고한 목표가 생겨 드라마에 추동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잘한 웃음들은 여운으로 남기보다 휘발될 수 있다.

좀비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다. 예능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도 그런 점에서는 좀비를 많이 닮았다. 예능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마도 아닌. 이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가 아니라 죽었지만 살아있는 좀비가 필요하고, 예능도 드라마도 아닌 작품이 아니라 분명히 드라마지만 예능이 살아있는 그런 드라마가 필요하지 않을까. 웃음을 주지만 김무영 자신은 보다 진지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K좀비 열풍 속에 KBS에서 내놓은 예능드라마 ‘좀비탐정’의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좀비가 랩을 하는 등 기존 K좀비와는 괘를 달리하며 블랙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좀비탐정’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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