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4’, 흥미진진한 대결구도 vs 떨어지는 현실감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가 돌아왔다. 시즌4로 돌아온 <보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초청력을 가진 골든타임팀 강권주(이하나)와 도플갱어인 빌런의 등장이다. 똑같이 생긴데다 초청력을 가진 점도 같은 이 빌런은 그러나 이 능력을 살인을 위해 쓴다. 그래서 <보이스4>는 강권주와 도플갱어 빌런이 맞붙는 초청력 대결구도를 일찌감치 세워 놨다.

도플갱어 빌런은 두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다닌다. 하나는 도플갱어 빌런의 명령에 따라 도끼로 사람을 쳐 죽이는 키가 작은 난쟁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그 정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이들은 이른바 ‘서커스맨 일당’으로 활동하며 가족에게조차 칼을 겨누는 패륜자를 부추기고 그 집을 찾아가 일가족으로 살해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서커스맨 일당은 강권주에게 메일로 살인 예고장을 보낸다. “당신과 나는 샴쌍둥이예요. 나는 내 귀를 이용해 죽이고 센터장님은 그 귀로 어떻게든 살리고. 준비됐으면 누가 이기나 해볼까요? 심판의 시간이 시작됐어요.” 그는 강권주의 능력을 알고 있고 자신 또한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이른바 ‘죽이는 귀’와 ‘살리는 귀’의 골든타임을 두고 벌어지는 대결이 펼쳐지는 것.

<보이스> 시리즈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골든타임’이라는 촌각을 다투는 긴박감이 만들어내는 쫄깃한 스릴러에서 나온다. 살벌한 살인자에 의해 쫓기는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감은 마치 공포 장르를 보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그 피해를 막기 위해 뛰고 또 뛰는 골든타임팀의 추적은 그 대결구도를 더욱 쫀쫀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한 번 집중하게 되면 ‘시간 순삭’의 경험을 하게 해준다.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 덕분이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된다는 건, 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자극이 익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시즌4는 서커스맨 일당이라는 다소 엽기적인 느낌의 빌런들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도플갱어 설정을 넣어 궁금증과 더불어 그 설정으로 가능한 이야기의 변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도플갱어이기 때문에 이제 강권주는 저 빌런으로 오인 받을 소지가 다분하고, 초청력은 오히려 빌런에게 이용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이들 도플갱어가 과거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유가 된다.

이런 기대감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남는 우려도 적지 않다. 즉 <보이스>는 초청력을 가진 강권주라는 다소 판타지적 히어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골든타임’과 실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건들을 가져옴으로써 현실감을 줬던 면이 있다. 그래서 판타지와 현실감이 적절히 연결됨으로써 그 사건과 그 해결과정이 주는 긴장감이 훨씬 커질 수 있었고, 단지 자극만이 아닌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게 드러난 면이 있었다.

하지만 도플갱어 설정은 물론이고 다소 기괴하게 등장하는 서커스맨 일당과 그들이 벌이는 살인행각들은 다소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장르적인 재미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 것으로 보이지만, <보이스>가 그 장르 속으로 끌고 와 더 몰입감을 줬던 ‘현실적인 요소들’은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과연 <보이스4>는 이 도플갱어 빌런을 통해 어떤 현실적인 질문을 던질 것인가. 만일 그런 질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대결구도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의해 이하나가 1인2역으로 고군분투하며 만들어가는 이 드라마의 성패가 갈리지 않을까.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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