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맨션’, 임지연이 마주한 충격과 공포의 실체

[엔터미디어=정덕현] 과연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가 된 걸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장미맨션>은 제목에도 담겨 있듯이 공간을 은유하는 코드들이 많다.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진 언니 때문에 일하던 호텔에 휴가를 내고 언니가 살던 장미맨션을 찾아온 지나(임지연)가 그 곳에서 겪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굳이 지나의 직업을 호텔 계약직 직원으로 해서 진상 고객님 앞에서도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그 직업적 특성을 통해 집과는 다른 호텔이라는 공간이 갖는 위계를 먼저 보여준 건 그래서 의도적인 설정이다. 장미맨션은 지나에게 어려서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집이었지만 지금은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언니마저 사라진 살풍경한 공간이 되었다.

그 집을 떠나온 건 뭐든 반듯하게 해왔던 언니와 해도 잘 풀리지 않던 지나가 갈등하면서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까지 하고 떠나온 집. 그러나 지금 지나는 언니가 실제로 죽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후회 속에서 만사를 제쳐두고 언니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벌인다.

첫 회의 다소 선정적인 베드신과 결국 논란이 되어 편집된 4회의 고양이 학대 장면이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면서 이 드라마가 본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상당 부분 묻힌 면이 있지만, <장미맨션>은 보통의 서민들이 그토록 로망하는 아파트를 공포의 공간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지난 대선의 향방을 가르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이었고, 영끌해 아파트 청약에 뛰어드는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 앞에서 로망이 분노가 되게 했던 게 부동산이었다. 그래서 이제 재개발 이슈가 떠오르고 있는 장미맨션은 이를 통해 한 몫 잡으려는 부녀회장 숙자(이미도)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동네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돈받고 부항 떠주는 그런 일을 하는 줄 알았지만 과거 사이비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는 게 밝혀진 것.

스릴러 장르답게 <장미맨션>은 초반에 성적인 열등감에 빠져 있는 우혁(조달환)이라는 인물을 유력 용의자로 내세워 그를 추적하는 지나와 그의 아버지 형식(손병호) 그리고 지나를 돕는 형사 민수(윤균상)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그 후에는 또 다른 용의자로 슈퍼를 운영하는 찰리(김도윤)를 의심하는 지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점점 용의자로서 무게감을 갖는 건 다름 아닌 숙자다. 과거 사이비 종교가 집단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유유히 혼자만 무죄로 풀려났던 인물.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광신적인 욕망은 그래서 숙자라는 인물의 세치 혀에 의해 “믿는다”고 참여하는 아파트 부녀회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로써 사람이 납치되고 죽어나가도 재개발이라는 호재만을 꿈꾸는 주민들의 모습은 아파트를 더 이상 로망이 아닌 공포의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아파트 재개발로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장미맨션이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의 아파트가 그리는 공포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CCTV 화면에 갇힌 사람들처럼, 저마다의 아파트라는 공간에 갇힌 사람들이 그 욕망 때문에 갇히게 되는 공포의 현실을 <장미맨션>은 그리고 있다. 그래서 지나가 찾는 건 단지 언니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단란한 가족이 함께 해야 할 집이 누군가 난입해 칼부림을 하고 밤마다 싸우는 소리에 잠 못 드는 지옥 같은 공간으로 바꿔놓았을까. 어쩌다 우리는 마치 로또처럼 순식간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에 이웃이 죽어나가도 집값 떨어질 걱정만 하는 그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장미맨션>이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또 누구의 희생을 담보로 세워질까. 재개발이 될 때마다 피눈물을 흘리고 희생된 그 누군가가 있었다는 걸 우리는 왜 애써 없는 일처럼 치부하며 살아갈까. 지나가 지금 찾는 것은, 그래서 그가 마주할 충격과 공포는 바로 이런 질문들에 담겨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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