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본에 충실하자 생겨난 어마어마한 기적

[엔터미디어=정덕현] 1회 0.9%. 2회 1.8%. 그리고 3회에 4.0%(닐슨 코리아). 방송할 때마다 두 배씩 뛰는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놀라운 시청률 그래프다. 3회 만에 웬만한 지상파 시청률을 압도하는 성적. 그것도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ENA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거둔 성적이다. 이건 지상파로 치면 지금처럼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단번에 10%를 넘긴 수준의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기적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기적이 가능해진 것이 아주 특별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나 자극적인 재미들 같은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해서라는 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기본에 충실하다. 대본이 나무랄 데 없고,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연출은 군더더기가 없고 연기는 한 마디로 압권이다. 흔히 성공드라마로 대본, 연출, 연기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3화에서 자폐를 가진 피고인을 변호하게 된 우영우(박은빈)가 소통조차 안 되는 피고인 때문에 그 방법을 묻는 우영우와 아버지의 대화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영우가 법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좋아하는 게 있을 거 아냐. 그걸 파고들어야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파고들어라. 아버지만의 방법이라기엔 너무 뻔한 거 아닙니까?” “야 성적 잘 받으려면 공부해. 살 빼려면 운동해. 대화하려면 노력해. 원래 방법은 뻔해. 해내는 게 어렵지.”

이 대화는 마치 이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물론 자폐를 가진 우영우가 또 다른 자폐를 가진 피고인을 변호하는 일은 법정에서 검사가 그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적 시선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선입견과 편견 가득한 대중들의 댓글에도 나타나고, 심지어 사망한 형이 수재였지만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힘겨웠다는 걸 애써 숨기려는 부모에게서도 나타난다. 의대생이 죽고 자폐아가 살다니 국가적 손실 아니냐는 댓글이나 동생은 자폐아라 심신미약을 받을 테니 굳이 형의 자살 시도 같은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달라는 부모의 말이 그것이다.

드라마는 아마도 이러한 장애에 대한 편견 가득한 세상을 거대한 장벽처럼 놓고 그게 잘못됐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그 방식이 눈에 띤다. 즉 사건 케이스들을 취재하면서도 자폐에 대한 조사를 촘촘히 해내면서 우영우라는 이상하게 보이지만 특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 그저 이성이 아닌 감성적인 차원으로까지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방식이다. 그 어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꼬집는 날선 말보다 이 매력적인 자폐 변호사 우영우가 자신이 법정에 나서는 것이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스스로 법정에 나가지 않는 선택을 하는 장면이 더 강렬하게 마음을 잡아끈다.

“제가 이준호씨와 함께 걸으면 사람들은 이준호씨가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시기사가 피고인을 붙잡았을 때 저한테도 돈은 있었지만 기사는 제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보지 않습니다. 저의 자폐와 피고인의 자폐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저한테는 보이지만 검사는 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판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여기서 우영우가 현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아프다. 그건 우영우의 잘못이 아니고 자폐라는 장애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검사와 판사들 그리고 세상의 시선들이 만들어내는 잘못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영우는 이 일을 겪고 한바다 로펌에 사직서를 쓰려 한다. 과연 한바다 역시 우영우라는 고래가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게 할 것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변호사를 내세워 자폐에 빠진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을 꼬집는다. 그런데 그 자폐 변호사가 하는 말은 마치 법전에 담겨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다만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보지 못하는 진실을 이 변호사는 기본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찾아낸다. 드라마도 그렇다. 성공하는 드라마는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기본을(물론 이게 결코 쉽지는 않다) 해내는 것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해보게 된다. 얼마나 비틀어진 함량 미달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다시금 기본을 찾게 해주고, 그것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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