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에 양복 입고 총 쏘고 우주선 등장하는 판타지라니
이 상상력 뭐지? 신박한 하이브리드 ‘외계+인’의 짜릿함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고려 말 일단의 가면 쓴 무리들이 허공에 의식을 잃은 채 둥둥 떠 있는 한 여인을 공격한다. 보기에도 심상찮은 그 여인의 몸에서 촉수가 튀어나오고 가면 쓴 무리들을 하나 둘 해치우는데, 그 때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듯이 갈라지면서 이 사극의 배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동차가 이 세계 속으로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어딘가 신기한 능력을 가진 요괴와 싸우는 판타지 무협 같은 작품인가 싶지만, 시간의 문을 뚫고 튀어나온 자동차는 이 작품을 타임리프를 담은 SF 판타지로 바꿔놓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차문을 열고 내린 인물은 사이보그다. 어딘가 <터미네이터>의 새로운 버전처럼 생긴 사이보그 가드(김우빈)와 그를 돕는 인공지능로봇 ‘썬더’가 그 여인의 몸에서 나온 어떤 괴생명체와 일전을 벌인다. 그리고 그 괴생명체를 제압하고 가두는데 이건 <맨 인 블랙> 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다시 시간의 문을 연 가드와 썬더는 현재로 돌아와 외계 어딘가로 자신들이 처리한 이 일을 보고한다.

사극과 현대극이 섞이고, 타임리프와 SF판타지가 더해졌다. 여기에 영화적으로는 <터미네이터>나 <맨 인 블랙> 상상력에 우리 식의 요괴 잡는 신선 이야기 <전우치>가 접목되어 있다. 어찌 보면 낯설게 보이는 이 조합이 가능해진 건, 이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 때문이다. 외계인들이 죄지은 이들을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데려와 인간의 몸속에 수감시킨다는 것이 그 설정이다. 결국 영화는 이 수감된 죄수들이 빠져나와 세상을 혼돈 속에 빠뜨리는데, 이를 막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투를 벌이는 가드와, 수감된 죄수 모두를 끄집어내 인간을 멸종시키고 지구를 온전히 그들의 세계로 만들려는 설계자(소지섭)가 대결한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이런 작품이다. 고려 말과 현재가 시간의 문으로 오가는 이들로 인해 그 시간의 중첩이 만들어내는 묘한 흥미를 자극한다. 예를 들면 전형적인 사극의 저잣거리에서 한 양복 입은 사내가 활보하는 그런 광경이 펼쳐진다. 또 현재에서 넘어간 이안(김태리)은 그 시대에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권총을 쏜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면서 만들어지는 낯선 풍경은 그래서 그 광경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여기에는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에 등장하는 도인과 신선들이 펼치는 무협 액션도 더해져 있다. 무륵(류준열)과 그의 부채 속 고양이들인 우왕(신정근), 좌왕(이시훈)은 마치 <전우치>에 등장하는 전우치(강동원)와 그와 함께 다니는 개 초랭이(유해진)의 재해석처럼 보이고,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마치 <전우치> 속의 천관대사와 화담 같은 느낌이다. 허공을 날아다니고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날려 버리기도 하는 도술이 등장하고, 붙이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부적이나 물 한 방울을 통과시켜 물벼락으로 만들어주는 거울 같은 기발한 물건들도 등장한다.

시간이 중첩되고 무협 판타지 액션부터 SF 판타지, 타임리프 같은 다양한 장르들이 뒤섞여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최동훈 감독은 이를 매 순간 시선을 집중하게 만드는 액션이나 코미디 등을 섞어 관객들을 끊임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CG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이런 세계를 거침없이 밀고 나간 상상력이다. 좌충우돌하며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린 이야기에 빠져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이 말도 안 되는 세계의 신박함에 매료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현실이 아닌 상상의 세계를 구현시키는데 최동훈 감독만큼 막중한 역할을 해내는 이들은 역시 배우들이다. 류준열이나 김태리는 고난도의 무협 액션 연기를 시원시원하게 소화해내고, 가드 역할이면서 일종의 분신술을 쓰는 썬더 역할까지 1인 다역을 해낸 김우빈은 시크하고 냉정한 모습에서 다정다감한 모습까지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흑설과 청운 역할로 영화에 빵빵 터지는 코미디의 맛을 보여준 염정아와 조우진은 물론이고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들어간 몸으로 섬뜩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소지섭도 칭찬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펼쳤다. 이들의 과장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을 꾹꾹 눌러 찰떡 같이 구현해냈기 때문에 낯설 수밖에 없는 이 세계가 믿어질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이제 겨우 파트1이다. 2시간 넘게 시공을 넘나들며 쭉쭉 뽑아낸 상상력이 아직도 나머지 절반이 파트2에 남았다는 것. 물론 낯선 세계가 주는 이질감이 분명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관객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하나하나를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선입견이나 틀에 박힌 생각을 깨는 신박함으로 받아들이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외계+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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