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얼업’, 20년 전의 ‘뉴 논스톱’ 캠퍼스 로맨스 같지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은 망해가는 대학 응원단을 배경으로 캠퍼스 로맨스에 약간의 미스터리를 더한 드라마다. 하지만 <치얼업>의 감성은 현재보다 2000년대 초반 히트한 <뉴 논스톱>의 감성에 더 가깝다. 비단 구리구리 양동근이 이 드라마에서 연희대학교 응원단의 올드보이로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주인공 도해이(한지현)를 둘러싼 그리 치명적이지 않지만 풋풋하고 달콤한 박정우(배인혁), 진선호(김현진)의 삼각관계 로맨스부터 뭔가 향수를 자극하는 느낌이 있다. 여기에 감초 코믹이나 괴짜로 등장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유행이 돌고 돌아 지금의 룩과 2000년대 초반의 룩이 비슷해 괴리감도 별로 없다(<뉴 논스톱>은 스키니진이 한국을 습격 남녀 불문 수많은 블루진 통닭다리가 한국의 거리를 휩쓸기 이전의 시트콤이었다). <치얼업>을 보다보면 굳이 지금 2020년대가 배경인 이유는 스마트폰과 SNS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

그렇더라도 <치얼업>의 청춘시트콤 감성이 꼭 단점만은 아니다. <치얼업>의 매력은 너무 자극적이거나 심각하지 않다는 데 있다. 꼭 모든 청춘이 HBO <유포리아>처럼 마약과 섹스 안에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2020년의 20대 초반에도 여전히 우정과 로맨스에 대한 풋풋한 감정도 존재하기는 할 테니까. 게다가 아이돌처럼 익숙한 얼굴의 배우 겸 스타가 아닌 낯선 얼굴의 젊은 배우들이 청춘물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함 중 하나다.

이처럼 <치얼업>은 2000년대 초반의 청춘 시트콤처럼 풋풋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드라마 전반에 걸쳐 이어진다. 다만 이것만으로 승부수를 던지기에 무리는 좀 있다. <치얼업>은 30분 내외의 시트콤이 아니고, 60분이 넘는 드라마며 16부작을 끌고 가는 미니시리즈다. 큰 틀에서 드라마를 끌고 갈 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도 <치얼업>은 시트콤식 전개의 단점이 자주 노출된다. 순간순간의 장면은 재밌어도 60분 이상을 끌어가는 큰 흐름의 줄기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일단 <치얼업>의 주배경인 대학응원단의 치어리딩은 관심이 가는 소재가 아니다. 물론 치어리딩 비주얼은 화려하다. 하지만 비인기 운동종목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훌륭한 이야기들처럼 치어리딩에 대한 재발견이나 의미부여가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아니다 보니 지금은 그냥 치어리딩은 그저 이야기를 위한 화려한 배경처럼 남아 버렸다.

대신 <치얼업>은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미스터리를 선택했다. 도해이는 익명의 문자메시지로 협박을 받는다. 점점 그녀에 대한 위기가 닥쳐오는 것이다. 다만 이 미스터리 전략이 <치얼업>의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까지 물음표. <치얼업>의 매력은 뭔가 기본 좋게 만드는 청춘 칵테일의 취기 같은 것이다. 허나 여기에 미스터리의 긴장감이 섞여든다면 그 맛이 너무 독해지는 건 아닐까? 차라리 주인공과는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을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함께 흥미롭게 풀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FOX의 <글리>처럼 합창팀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치어리딩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이미 <치얼업>은 청춘 시트콤과 미스터리를 칵테일로 만들었으니, 지금은 이 이질적인 이 두 맛이 얼마나 잘 어울릴지가 관건인 셈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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