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보는 영화에서 체험하는 영화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본다기보다는 체험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제임스 카메론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했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아바타>라는 작품의 차원을 넘어 향후 ‘극장의 길’이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전망까지 이어진다. 과연 <아바타: 물의 길>은 극장의 새로운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인가.

‘물의 길’이라는 부제를 통해 누구나 이 작품이 이제 물 속 환상적인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영화는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게까지 느껴지는 물 속 세계로 관객들을 푹 빠뜨린다. 아마도 스쿠버 같은 걸 통해 바다 속 세계를 처음 들여다보는 그 체험이 주는 경이가 이런 것이 아닐까.

판도라라는 행성에서 펼쳐지는 모험으로 <아바타>는 실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체험을 만끽하게 해준다. 전편이 ‘날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면 이번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물속을 마음껏 유영하고 싶은 욕망을 건드린다. 무려 19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바로 불가능한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영상 속에서 관객들이 겪는 자유의 체험 때문이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지만 그 아름다운 영상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의 서사는 이 판도라 행성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나비족 같은 원주민들과, 그 자연을 자원 혹은 부로 생각하는 지구인들 사이의 대결구도 그 자체다. 따라서 관객이 이 판도라 행성의 경이롭기까지 한 아름다움을 느끼면 느낄수록 그걸 파괴해 들어오는 저들과의 대결구도는 심리적으로 팽팽해진다.

그 서사에는 당연히 지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환경 문제가 깔려 있다. 영화 속 수중 생태는 모든 게 경이롭지만 그 중에서도 고래를 재해석한 툴쿤이라는 존재는 압도적이면서 매혹적이다. 그 거대한 생명체가 나비족과 소통하는 이야기는 전편에서 하늘을 나는 토루크를 떠올리게 한다.

자연, 생명체들과의 교감은 <아바타>가 내세우고 있는 메시지 그 자체다. 전편에서 나비족이 머리에 달린 촉수를 이크란과 연결해 교감하고 소통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물속을 나는 듯이 달리는 일루와 똑같은 방식으로 교감한다. 그런 방식의 교감과 소통은 그 어떤 스토리를 통한 설명보다 더 명확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 경험은 마치 아바타로 접속해 저 세계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그 낯선 존재와 공간에 이물감이 느껴지지만, 점점 이물감이 사라지고 실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경험들(이를 테면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식의)이 본래 가능했던 것처럼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 그건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족이 되어 그들과 살아가게 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의 체험을 그대로 따라간다.

결국 <아바타2>는 보는 것이 아닌 그 세계를 체험하고 점점 익숙해지는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한 영화다. 그리고 이것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영화이자, 극장이라는 공간의 존재이유처럼 보인다. 팬데믹을 겪으며 이제 OTT를 통해 영화를 보는 일이 익숙해진 상황 속에서 극장은 이제 왜 그곳에 굳이 가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다. <아바타2>는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보는 차원을 넘어 체험하는 차원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아바타: 물의 길>스틸컷]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