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차이나는 클라스’, 진한 여운 남긴 인문학의 향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눈 여겨서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인데 유언 그대로신 거 같아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유홍준 교수를 따라 성북동 길상사 진영각에서 ‘법정 스님 유골 모신 곳’을 본 함은정은 그 소박함을 본 소회를 그렇게 전했다. ‘무소유’를 살았던 법정 스님은 마지막까지 그걸 실천했다. 그래서 함은정의 말대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그저 작은 정원 정도로 지나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 법정 스님의 유골이 뿌려진 곳이었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성북동 일대를 돌며 그곳 곳곳에 존재하는 우리네 문화의 향기들을 되돌아보는 시간. 바쁘다는 이유로 그저 지나쳤던 곳이나, 때론 찾아갔지만 거기 얽힌 이야기들을 몰라 그 안에 담긴 위대한 사람들의 흔적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이 편이 주는 인문학의 향기에 깊은 여운을 느꼈을 게다.

양잠을 독려했던 선잠단에서부터 시작해 한양 도성,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을 찾아갔던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한때 요정이었지만 지금은 길상사가 된 사찰과 거기 얽힌 백석, 자야의 사랑이야기, 나아가 그곳에 뿌려진 법정 스님의 위대한 삶의 족적을 따라갔다.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홍준 교수의 설명과 더불어 최순우 옛집과 월간지 <문장>을 탄생시킨 이태준의 집이자 집필실이었던 수연 산방을 둘러봤다.

이날 방송이 특별했던 건, 우리가 잘 몰랐던 성북동 곳곳에 얽힌 너무나 깊은 한국문화의 향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짙은 문화의 향기를 전해주는 <차이나는 클라스>가 이 회차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는 사실이 더해져서다. 2017년부터 6년 3개월 동안 무려 222명의 선생님들을 모셔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 답변을 통해 인문학의 매력을 전해왔던 그 여정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사실 인문학이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또 트렌드가 된 건 이 프로그램이 시작했던 그 시점에서부터였다. 교양의 영역이지만 예능적인 틀까지 더해져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건, 갈증이 있지만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인문학을 쉽게 풀어내주는 수요가 많아지면서다. 무엇보다 권위를 강조하던 인문학이 아니라, 이제 대중들과 함께 호흡해 되살아나는 그런 일상 속의 인문학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의도와 들여다보면 볼수록 깊게 다가오는 재미까지 갖춘 <차이나는 클라스> 같은 프로그램도 드라마나 예능 같은 보다 화려하고 상업적인 장르들 속에서는 그 빛이 가려지기 마련이었다. 시청률과 화제성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프로그램의 가치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종영된 <차이나는 클라스>는 그래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사실 인문학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최근 들어 과거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이제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이나는 클라스>가 그랬듯이 좀 더 인문학을 재미있게 우리 가까이 다가오게 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은 여전하다.

“1천억 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이번 성북동편에서 백석의 연인이었던 자야 김영한이 당시 1천억 원에 달했던 부지를 사찰로 기증하면서 했던 이 말 한 마디는 수치가 아닌 가치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건 또한 그 가치를 보여줬던 <차이나는 클라스> 종영에 어울리는 한 마디로서 자꾸 되새겨보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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