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한드’의 밑그림 위에 제대로 그려낸 ‘인별’공화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는 한국드라마의 속성을 기가 막히게 꿰고 있다. 악녀들의 싸움으로 분위기를 붐업 시킬 것, 좀 낡은 수법이지만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돕는 현대판 왕자님인 재벌남을 등장시킬 것. 여기에 사건의 디테일은 날리고 자극적이고 표면적인 사건들만 이어가다 끝나기 10분 전 최대한 시청자를 공략할 것.

<셀러브리티>는 이같은 방법을 충실하게 이어가기 때문에 화려한 인스타포스팅처럼 정신없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대사의 맛은 없지만 감각적인 연출로 ‘인별’공화국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렇게 ‘약’을 잘 팔아서만은 아니다.

언뜻 보면 <셀러브리티>는 빤한 미니시리즈나 자극적인 주말극과 저녁 일일극의 플롯과 비슷하다. 주인공 서아리(박규영)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아왔던 자수성가 캔디형 주인공에서 그렇게 많이 벗어나 있지 않다. 유니콘 같은 남자주인공 한준경(강민혁)을 거부하다 결국에는 “사랑했어요”라고 울먹이는 여주인공을 얼마나 많이 보았나? 오히려 그녀 옆에서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의 윤시현(이청아)의 존재가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 가난하지만 능력캐라 손만 대면 성공하는 마이더스 손의 여주인공도 너무나 많다. 그렇게 다들 요리나 화장품으로 성공신화의 드라마를 쓰면서 남자주인공의 순애보적인 사랑까지 얻지 않는가?

하지만 그거 알아? 사람들은 드라마만이 아니라 SNS 세계에서도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거 말이야.

사실 드라마만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도 수많은 페친이나 팔로워를 늘려가며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이 SNS의 포스팅에서도 주인공들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아온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동경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아니 다가갈 수 있다.

그 점에서 드라마의 세계와 SNS의 세계는 갈라진다. TV 속 드라마는 내가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SNS 드라마의 주인공 셀럽의 인스타에는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댓글을 달고, 댓글을 받으면, 나는 주인공의 지인이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올라갔다 싶으면 악플러의 일원으로 가담해 주인공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세계에 영원한 주인공은 없다. 악플러가 아니라도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면 침몰시키고 또 새로운 누군가가 승승장구 떠오를 테니. 이쯤 되면 SNS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로맨스물이 아닌 수많은 왕가가 서로를 공격하는 <왕좌의 게임>에 더 가까워진다.

다시 넷플릭스 <셀러브리티>로 돌아가 보자. <셀러브리티>는 전형적인 한국드라마의 밑그림을 지녔지만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컬러는 꽤 유니크한 부분이 있다. <셀러브리티>는 현대인의 허영, 현대인의 자본, 현대인의 계급이 모두 녹아 있는 SNS 셀럽의 명암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서아리의 성공과 실패를 재빠르게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변해가는 인간관계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모습이 사실은 로맨스보다 더 비중이 높기도 하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셀러브리티>는 돈과 권력을 다 지닌 법조인 진태권(이동건)과 가빈회의 수장이자 진태권의 동생인 셀럽 진채희(한재인)를 통해 현실에서도 이어지는 자본의 권력에 따른 계급에 대한 통찰도 보여준다.

물론 <셀러브리티> 셀럽의 세계는 과장되어 있을 것이다. 결국 유니콘 같은 재벌남 남자주인공의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빤한 로맨스 결말이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란 현실의 재구성이 아닌 현실을 과장하고 현실을 판타지로 만드는 것 아니었나? 또 쓸데없이 교조적으로 훈계하는 드라마에 비해 <셀러브리티>는 극적인 재미와 긴장은 유지하면서 시청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준다. 그 결말이 우리는 모두 명품을 카피한 천박한 존재인가, 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좀 씁쓸해지긴 하지만.

그런데 그거 알아? 무엇보다 어차피 똑같은 유니콘이라도 극적인 사건들과 의미 있는 메시지가 얽힌 <셀러브리티> 세계의 재벌남 한준경은 그 존재가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라는 거. 그저 로맨스를 위한 인형놀이 유니콘으로 만들어진 재벌남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는 듯.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