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키’, 한국판 청소년 버전 ‘브레이킹 배드’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찌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느낌이 난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가 떠오른다.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 이야기다.

먹으면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 한 입을 베어물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주고 한 개를 다 먹으면 상상했던 욕망을 실현시켜주지만 한 개 이상을 먹으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 쿠키. 바로 신종 마약이다.

이야기는 민영(정다빈)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쿠키를 먹고 사망하는 사건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장실에서 사망했지만 기이한 건 웃고 있었다는 것. 알고 보니 민영이 바로 그 쿠키를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있었고, 학교 지하 세탁실에서 그 쿠키가 제조되고 있었다.

민영의 언니 수영(남지현)은 동생마저 쿠키를 먹고 혼수상태에 빠지자 전학생으로 위장해 직접 이 학교로 들어오고, 쿠키를 만든 셰프를 찾아내려 한다. 한편 그 마약의 레시피를 잃어버린 조직에서 보낸 선생으로 위장한 성필(김무열) 역시 셰프를 찾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꼬여간다.

<하이쿠키>는 이처럼 신종 마약이 학교로 흘러들어와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청소년들의 마약을 소재로 하는 시즌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비행>이 있었지만 <하이쿠키>는 이보다 더 적나라하고 사건 진행도 파격적이다. 도대체 셰프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찾는 궁금증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인물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욕망들이 부딪치면서 예측 불가의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하고 사용하는 이들의 서사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봐오던 마약 소재 범죄 스릴러와는 사뭇 다르다. <브레이킹 배드>의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마약 생산 사업에 뛰어든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브라이언 크랜스턴)처럼 <하이쿠키>에도 생계형 제조자가 등장하고, 이를 유통하는 민영이나 그에게서 쿠키를 사먹는 학생들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가난한데다 부모들의 조력을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돈을 벌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들고, 부자 부모를 둬 아무런 생계 걱정이 없는 아이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쿠키를 사먹으면서 점점 이 마약에 빠져든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은 사망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전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 이들이 왜 마약을 만들고 유통하고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하이쿠키>는 매회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 반전의 반전이 주는 장르적 쾌감이 충분한 드라마지만, 동시에 이 쿠키라는 신종마약을 통해 보이는 우리 사회의 엇나간 욕망들을 꼬집는 사회성이 담긴 드라마이기도 하다. 쿠키가 저마다 가진 욕망을 채워준다는 설정이 있기 때문이다. 수영이 다니는 공장의 상사는 여직원들에 대한 엇나간 성적 욕망을 갖고 있는데, 쿠키를 먹고는 그 욕망이 실현되는 것 같은 환상에 빠져버린다.

마찬가지로 입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결국에는 쿠키를 복용하기 시작하고 중독에 빠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들 역시 이 신종마약을 통해 꺼내놓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조직에서 보낸 선생으로 위장한 성필이 셰프를 찾아 그 레시피를 알아내는 것에만 혈안인 상황은, 선생을 비롯한 어른들이 부재한 현실을 에둘러 꼬집는다.

쿠키를 먹은 이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고 거기에 집착하는 상황은, <하이쿠키>의 인물들 모두가 얼마나 이러한 신종마약에 취약한가를 드러낸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욕망에 빠져 있다. 동생을 어떻게든 깨우겠다는 욕망, 아픈 엄마를 지키겠다는 욕망, 살아남기 위해 쉐프를 찾아내 그 레시피를 알아내겠다는 욕망, 불치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 어떻게든 성적 순위 톱10에만 들어가는 S반에 들어가겠다는 욕망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마약은 결국 그 욕망들을 현시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하이쿠키>를 보다보면 고등학교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되고 사용하는 내용들이 어찌 보면 다소 극화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실감나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약 자체보다도 그 이면에 깔린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욕망을 이 드라마가 하나하나 꺼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회당 30분 분량의 웹드라마지만, 그 어떤 드라마들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제작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U+모바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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