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했는데 역시나 김제동, 편견 깨 준 김지은, 거듭나고 있는 제이쓴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새로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홍보 기사를 보며 ‘이 사람 이름이 왜 여기서 나와? 누가, 왜 섭외를 했지?’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된 후 ‘내가 편견이 있었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 반성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내가 예상했던, 우려했던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혹시 했는데 역시네’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SBS <옆집 남편들 - 녹색 아버지회>와 <손대면 핫플! 동네멋집>, 그리고 MBC every1 <성지순례>, 셋 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먼저 <성지 순례>의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범인(凡人)들의 욕망 가득한 성지를 찾아 나선 개신교, 불교, 천주교 성직자들의 홀리한 속세 체험기’라고. 한 마디로 성직자들이 거리로 나가 속세 체험을 직접 해보는 거다. 옛날 사람인 나로서는 성직자가 저래도 되나? 아슬아슬하기도 한데 성직자들과 함께 체험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김이나, 풍자, 송해나, 셋의 합도 좋고 성직자들도 없던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드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운데에 자리 잡은 김제동만 물에 뜬 기름 모양으로 겉돈다. 2019년 MBC <편애 중계> 이후 몇 년 만에 모처럼 진행을 맡은 김제동. 성직자들과 MZ 세대를 대변하는 여성 출연자들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가 아니겠나. 완충제 역할이 필요했다면 김이나가 누구보다 잘 해낼 텐데 무엇이 못 미더워서 김제동을 섭외한 걸까? 아니나 다를까 성직자들의 체험 영상에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김제동. 진심으로 궁금하다. 누가 왜 섭외를 했는지.

그리고 ‘이 사람이 왜 저기에?’ 했던 또 다른 인물, <동네 멋집>의 김지은. 김지은은 작품 운이 좋은 배우다. 2021년에 MBC <검은 태양>, 2022년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 이어서 <천 원짜리 변호사>. 요즘 이처럼 작품을 쉬지 않고 하기 쉽지 않을 텐데 또 이번엔 SBS 예능까지? 잘할까? 싶었다. 그런데 잘 한다. 손님 응대며 서빙, 급할 때는 주방에 뛰어 들어가 커피 내리기부터 설거지까지 못하는 게 없다. 여기서는 유정수 카페 전문가가 백종원 씨 같은 역할인데 도전자를 향한 지적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서 보기 불편할 때도 많다. 그럴 때면 김지은이 도전자들을 다독이고 격려하고 또 가끔은 애정 어린 쓴소리도 해준다. 알고 보니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다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동네 멋집> 맞춤 인재였다.

그리고 <녹색 아버지회>, SBS에서는 보기 드문, 환경을 걱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영욱 CP에 김진호 PD와 최장원 PD. 김진호 PD의 전작은 <공생의 법칙>이다. 차인표, 류수영, 정상훈, 제이쓴, 네 명의 녹색 아버지들이 우리가 내놓은 쓰레기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 무심히 버린 쓰레기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데 여느 예능 모양으로 힘들다고 툴툴대지 않아서 대견하다.

그런데 첫 방송을 보며 제이쓴이 왜 저기에? 했다. 제이쓴네 집안이 환경을 걱정하는 집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제이쓴의 매형과 홍현희가 환경을 해치는 폭식 먹방을 얼마나 많이 찍었나. 그러나 한편으로 되짚어보니 제이쓴은 폭식에 동참한 적도 없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일회용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장면은 눈에 띄지 않았다. 본래 분리수거도 철저하게 해왔고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나. 아마 아들이 태어난 이후 더 신경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녹색 아버지회>가 제이쓴을 환경 지킴이로 거듭나게 해주기를.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every1,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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