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 습격에 살인까지... ‘로얄로더’, 어쩐지 조폭 누아르가 되어 간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강오그룹의 주인이 되려는 강인하(이준영), 그를 주인으로 만들려는 한태오(이재욱)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강인하라는 동아줄을 잡으려는 나혜원(홍수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얄로더>는 이 청춘들의 성공을 향한 욕망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청춘들의 성공스토리가 어쩐지 조폭 누아르 같은 냄새를 풍긴다. 아무 것도 없는 밑바닥 청춘이지만 명석한 두뇌 하나로 강인하를 강오그룹의 주인으로 만들어 성공하려는 한태오는, 저 주먹 하나로 세상을 평정하려는 조폭 누아르의 청춘 주인공처럼 보인다.

강오그룹 강중모(최진호) 회장에게서는 어딘지 조직의 최상위에 있는 보스가 떠오르고, 그 집안의 장남 강인주(한상진)나 둘째 아들 강성주(이지훈)는 그 조직에서 차기 보스 후계를 노리는 주먹들 같다. 그 후계 구도에 한태오의 시나리오에 따라 강인하가 들어가는 것도 조폭 누아르에서 자주 보이는 새로운 인물의 성장스토리를 닮았다.

여기에 애초 친구들이었지만 욕망과 엇갈린 사랑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한태오와 나혜원은 서로 좋아하지만, 나혜원은 성공을 위해 강인하와 결혼하면서 관계가 엇갈리게 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사랑도 포기하는 비정한 누아르가 결국 다다를 비극을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점점 강오그룹의 중심으로 입성해가면서 이들이 마주하는 위협의 강도도 커진다. 강인주는 측근을 시켜 한태오를 습격하고, 한태오와 나혜원이 키스 하는 장면을 몰래 찍은 사진으로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나혜원의 약점을 쥔다. 후계구도를 두고 치고 올라오는 강인하와 이를 막으려는 강인주의 본격적인 이전투구가 열린다.

그런데 드라마는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서 온몸에 피투성이로 깨어난 한태오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흉기와 그곳에 죽어 있는 강인주와 여자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보다 본격적인 범죄들이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애초부터 조폭 누아르의 뉘앙스를 풍기던 드라마는 진짜 누아르 같은 그 본색을 드러낸다.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를 그리는 <로얄로더>가 어째서 조폭 누아르 같은 장르적 색채를 갖게 됐을까. 그건 재벌가의 후계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 범죄적 뉘앙스를 풍길만큼 실제 치열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로얄로더>가 누아르 같은 색채를 띠게 된 건 그것보다는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길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에둘러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판타지에 어른거리는 ‘비정함’이 주는 씁쓸함은 분명 현실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 가족도 필요에 따라 들이고 버리는 강중모 회장의 조폭 보스 같은 모습에서 자본화된 기계 같은 우리 사회의 비정한 시스템이 엿보이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랑이나 결혼조차 성공이라는 욕망 아래 그저 이용해야 하는 청춘들의 절실함이 느껴져서다. 그래서일까. <로얄로더>의 성공 뒤에는 비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누아르의 끝이 늘 그러하듯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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