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전복된 멜로는 눈물의 해피엔딩을 어떻게 해결할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 최강자로 보인다. 5.8%로 시작한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은 6회 만에 14%를 넘어서며 요즘 드라마 대박 기준선인 두 자릿수 시청률을 가뿐히 돌파했다. 한국 최고 드라마 작가 중 한 명인 박지은 작가의 필력에, 외모와 연기에서 또래 배우 중 최상위로 평가받는 김수현, 김지원이 주연으로 힘을 모으는 상황에 걸맞게 뜨거운 반응은 명불허전이다.

박지은 작가는 <눈물의 여왕>에서 가장 진부한 구도들을 뒤집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우선 리버스 신데렐라 스토리다. 한국 드라마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 구도인 ‘재벌집 남자와 결혼하는 평범한 집안의 여자’ 이야기를 반전시켜 놓았다.

여자주인공인 홍해인(김지원)은 유통 재벌 집안의 장녀이자 백화점 대표이고 남자주인공인 백현우(김수현)는 그 회사에 취직한 사원인데 둘은 결혼하게 된다. 물론 백현우는 서울법대 출신의 변호사로 만만치 않은 스펙을 갖췄지만 시골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 재벌가의 사위로는 부족한 느낌을 주는 설정이다.

이렇게 결혼한 백현우는 처가의 은근한 하대를 견뎌야 한다. 심지어 처가에서는 ‘과거 명문가는 남자들이 제사 준비를 했다’는 논리로 사위들에게 차례 음식 준비를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사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하면서 한국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을 풍자적으로 역접근한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는 짠하고 여자는 멋있다. ‘눈물 나게 안 한다. 나만 믿으라’ 이런 대사는 백현우가 아니라 홍해인의 입에서 나온다. 멋진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 주변 사람들 곤란을 해결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해결사 재벌 스웨그도 여주인공의 차지다.

홍해인은 시아버지가 이장 선거에 나서, 식당을 운영하는 경쟁 후보자의 주민들 음식 공세에 힘이 부치자 백화점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음식들로 마을 잔치를 열어 시아버지를 구해낸다.

<눈물의 여왕>에서 뒤집어 놓은 것이 또 있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헤어질 결심 후에 시작된다. 결혼 전에 사랑을 하기는 했지만 드라마는 결혼 3년 차에 서로 마음이 멀어진 부부가 아내의 병을 계기로 다시 사랑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전개를 보여준다.

이처럼 드라마 공식들을 전복시킨 <눈물의 여왕>은 4회까지 코미디가 주도했다. 결혼 생활에 치를 떨던 백현우가 이혼을 원만히 치르고 처가를 잘 빠져나가기 위해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해프닝들이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홍해인이 3개월 밖에 못사는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후 본격적인 멜로가 펼쳐진다. 백현우는 측은지심에, 홍해인은 남은 삶이 극도로 소중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이 점차 회복된다.

하지만 아직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엇갈리면서 시청자들의 애를 태우는 멜로의 참맛이 무르익고 있다. 이 멜로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초반 짠하기만 했던 남자의 멋짐이 서서히 드러난다. 백현우는 홍해인을 드러나지 않게 챙기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멜로와 더불어 홍해인의 재벌그룹을 가로채려는 처가 집안 내외부의 음모를 파헤치고 대처해나가는, 기업물의 스릴러도 스토리라인의 한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4회 이후 많이 진지해지기는 했지만 코미디도 멜로나 스릴러의 무게감이 넘치지 않도록 적당히 개입하고 있다.

백현우와 홍해인의 되살아난 사랑은 점진적으로 회복돼가는 과정이라 종종 튀어나오는 둘 사이의 어색한 순간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결혼 전 회상에서 시누이가 결혼을 막고자 내놓은 약소한 액수의 돈 봉투를 홍해인이 챙겨나가는 장면 같은 깨알 같은 코미디도 적당한 흐름에서 등장한다.

클리셰를 전복시킨 구도 위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이후 그 위로 멜로, 코미디, 기업물 등을 적절히 쌓아 올려가고 있는 중이다. 코미디의 재미와 멜로의 감동 그리고 기업물의 스릴까지 시청자들을 다양한 매력으로 사로잡으며 순항 중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따르며 드라마를 즐기다 보면 <눈물의 여왕>이라는 제목이 걸린다.

사랑도 회복하고 병도 낫고 처가 기업을 구해내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인지상정일 터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가 제목에 박을 정도로 중요한 단어가 ‘눈물’이라는 얘기는 시청자의 예상을 불안하게 하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과연 상충하기 쉬운 ‘눈물’과 해피엔딩이 원만히 공존할 수 있을지, 아니면 뒤집기로 시작한 드라마가 마지막에도 어떤 전복을 배치하고 있을지 <눈물의 여왕>은 작품 진행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제목과 엔딩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드라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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