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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펑펑 우는 ‘미스터 리’, 과한 신파도 용납되는 이유
기사입력 :[ 2019-09-15 15:12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숭고한 소방관들을 위한 헌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추석, 가자! 코미디 맛집으로’라는 슬로건을 달고 있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음보다는 눈물이 펑펑 터지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 철수(차승원)와 백혈병에 걸린 딸 샛별(엄채영)의 만남에서 우리는 이 영화가 웃음으로 시작해도 눈물로의 반전을 이룰 것을 어느 정도는 짐작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어른스러운 아이와 아이 같은 아버지의 상반된 모습이 차승원의 연기에 더해져 빵빵 터지던 초반의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둘 사이에 숨겨진 과거사들이 조금씩 등장하면서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다.

웃음과 눈물의 이중주는 우리네 영화 시장에서 전매특허처럼 활용됐던 이야기 방식이다. 이를테면 1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7번방의 선물>이 그렇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부녀 구도는 그래서 어딘가 <7번방의 선물>의 틀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추석 같은 명절에 가족이 함께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우리네 영화들이 무수히 반복해왔던 그 전형적인 구도와 틀.



그래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 웃음이나 눈물의 설정 또한 다소 인위적인 신파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조금 과한 차승원의 지적장애 연기가 전반부의 주요 웃음 코드로 활용된다. 하지만 그 웃음이 터질수록 후반부에 존재할 눈물 폭탄을 예감하게 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음보다는 눈물에 더 포인트가 맞춰진 영화다. 여기서 웃음은 너무 슬픈 후반부의 이야기를 최대한 중화시키거나 혹은 반전의 요소로 잡아내려는 영화의 의도로서 활용되고 있다. 아마도 웃음을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내려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너무 슬퍼서 보기 힘든 영화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웃음으로 이어져 온 이야기는 대구라는 지역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철수가 전직 소방관이었다는 사실과 대구라는 지명의 조합은 아마도 2003년의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의 전말을 알아채게 하기에 충분했을 게다.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인해 벌어진 참사. 이 참사로 12량의 지하철이 모두 불타버리고, 무려 19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실종자 그리고 1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물론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그 사건만을 콕 짚어 다룬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런 화재 현장 속에서도 제 안위나 목숨은 뒤로 한 채 검은 연기와 불꽃이 차오르는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간 숭고한 소방관들에 대한 헌사가 진짜 메시지다. 아니 나아가 소방관만이 아닌 그런 보이지 않게 희생함으로써 우리네 삶을 지탱하게 하는 많은 분들에 대한 헌사까지.



다소 과한 설정과 신파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래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괜찮았던 건 그 웃음과 눈물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진 진정성 때문이었다. 한때 ‘재난 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며 무수한 사건사고들이 터졌던 우리네 현실 속에서 그 위험지대를 무시로 뛰어들었지만 그 희생조차 그다지 많이 조명되지는 않았던 분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 그 진심. 세상의 무수한 이름 모를 ‘미스터 리’에게 ‘힘을 내라’ 말하는 영화의 진심 덕분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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