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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파당’ 왕 노릇보다 사랑놀음, 그 가치를 논하는 사극이라니
기사입력 :[ 2019-09-18 16:49 ]


‘꽃파당’, 졸지에 왕이 됐지만 개똥이를 그리워한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사극은 이제 익숙해졌다. <성균관 스캔들>에서부터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게다가 최근에는 <신입사관 구해령>까지. 이들 사극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다만 조선이라는 배경만을 활용한다. 그 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그래서 다분히 현대적인 관점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그 현대적인 관점이란 현재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려 해도 바뀌지 않고 공고한 어른들의 세상은 그래서 이들 조선시대 배경의 로맨스 사극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담아내려는 주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랑하려 한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배경은 사적인 사랑의 선택을 좀체 용납하지 않는다. 신분이 다르고 정파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월화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도 그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개똥(공승연)과의 혼삿날에 궁으로 끌려와 졸지에 용상에 앉게 되는 이수(서지훈)와, 사라진 그가 혹여나 잘못되진 않았나 걱정하며 찾아다니는 개똥이. 그리고 이들의 혼사를 맡았던 조선 최고의 중매쟁이 마훈(김민재), 고영수(박지훈), 도준(변우석)의 혼담공작소 꽃파당.

결국 이야기는 서로의 운명이 달라 헤어지게 된 개똥이와 이수가 그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일 게다. 거기에 꽃파당이 개입하면서 생기는 사건들이 있을 테고. 아마도 이수와 개똥이 사이에 끼어들게 된 마훈과의 삼각관계가 갖는 긴장감 또한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흔한 로맨스 사극의 틀을 가져왔지만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면면들은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이를 테면 왕이 됐지만 그 왕노릇보다 개똥이를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이수라는 인물이 그렇다. 그가 그 자리에 오게 된 건 자신의 뜻이 아니라 왕과 세자가 죽고 비어버린 왕좌에 허수하비처럼 그를 앉혀 놓고 국정을 농단하려는 마봉덕(박호산) 같은 야심가 때문이다. 그래서 이수의 행동은 마치 신물 나는 정치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사랑 같은)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지금의 청춘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것은 마봉덕을 아버지로 두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그 집을 뛰쳐나와 남자 매파라는 일을 하고 있는 마훈에게서도 똑같이 보이는 면면이다. 정치가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헬조선에서 마훈은 마치 개개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것으로 그나마 손에 잡히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장 사적인 것이 또한 정치적이라고 했던가. 이들의 사적인 행복 추구는 그걸 가로막는 어른들의 정치적 행보 속에서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가 되어버린다. 이수가 왕의 위치에 머문다는 건 마봉덕의 허수아비로 살아가는 걸 거부하고 저잣거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던 개똥이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정치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꽃파당>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로맨스 사극이 갖는 그 달달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달달함을 가로막는 조선 사회의 억압들이 신분제 사회가 갖는 무게감으로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치여 사랑을 하는 일조차 버거워진 지금의 청춘들이, 그 이유가 정치 같은 어른들이 해온 일련의 잘못된 선택들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그 각성은 그래서 지극히 사적인 사랑이야기를 정치적인 이야기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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