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류 망가뜨리는 오적(五敵)을 잡아라!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한동안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류가 K-POP중심의 신한류로 거듭나며 화려한 부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재도약중인 신한류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1990년 중후반 중국을 중심으로 ‘사랑이 뭐길래’ 등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대한 열기가 일면서 한류는 시작됐고 2003~2004년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송되면서 한류는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돼 베트남 태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각국에 한류는 하나의 인기 있는 강력한 대중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획일적이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콘텐츠의 반복적인 양산, 특정 스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문화적 접근 보다는 산업적 접근으로 일관한 전략 등으로 한류(韓流)가 침체하며 한류(寒流)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걸그룹과 아이돌 그룹의 K-POP이 일본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신한류가 다시 일고 있다. K-POP중심의 신한류는 유튜브, 트위터 등 뉴미디어의 힘입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남미 등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류가 또 한번 의미있는 비약적 도약을 하고 있다.

이론(異論)은 있지만 10여년 사이에 전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한류에 대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담론, 전통과 한국적인 것을 버리고 터보 자본주의화 과정에 동참한 결과물이라는 시각, 거대문화자본이 기획, 조직한 문화산업버전이라는 입장, 한류는 일종의 미국문화의 변종으로 식민지적 수출산업의 연장선상이라는 의견, 한국대중문화의 약진을 바라보는 소아적 문화우월주의의 행태,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네트워크에 대한 대항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과 담론이 존재한다.

어떠한 시선을 견지 하든 간에 한류가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며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우연한 발생과 발전 그리고 침체 다시 도약하고 있는 한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내부에 존재하는 신한류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다섯 가지 행태 즉 ‘신한류 의 오적(五敵)’을 해결해야할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면에 나서 한류를 이끄는 행태다. 외국에서의 한류는 그 결과물이나 성과가 가시적으로 쉽게 드러날 수 있어 정부가 과시용으로 한류를 이용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한류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반한류의 빌미가 되고 있다. 정부는 한류 전면에 나설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나 법적, 제도적 개선, 인적 인프라 구축과 하드웨어 기반조성 등에 더 힘을 기울여야한다.




미국CNN이 운영하는 여행정보 사이트의 맥스웰 콜 기자는 칼럼 ‘한국이 한류를 죽이고 있다(Korea is killing its own wave)’에서 정부 주도의 한류 확산시도가 한류에 내재된 매력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류의 잠재력을 중단시킬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콜 기자는 한국 정부가 한류스타나 상품을 무리하게 국가로서 한국에 결부시키려 함으로서 다른 나라사람들의 정서를 자극해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류를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 있는 행태 신한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야기 시킨다. 한류에 대한 철저한 취재와 냉철한 분석이 아닌 민족주의적 시각에 사로잡힌 과장보도 행태나 연예기획사의 사실과 무관한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한류 보도 행태는 신한류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리 연예인들의 공연 몇 번으로 유럽을 잠식했다든가, K-POP이 일본열도를 강타했다든가 라는 우월주의적 과장보도, 반한류 등을 침소봉대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해 눈길을 끌려는 민족주의 상품화의 선정적 보도, 사실 확인 없이 기획사의 한류 부풀리기 보도자료 전재 행태 등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신한류의 본질과 상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외국 언론의 반감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과 네티즌의 묻지마식 맹목적 한국 우월주의적 시각을 견지한 한류에 대한 태도와 반응 역시 한류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찬물을 끼얹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외국의 그것보다 무조건 우위에 놓고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반한류로 몰아가는 맹목적 국가주의적 행태 역시 신한류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태국을 방문해 팬미팅을 갖는 일부 한국 스타나 연예인들이 너무 돈만 요구해요. 정말 좋아하는 외국 팬들이 모여 갖는 팬미팅에 참석하는 경우에도 돈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좋아서 그리고 한국 스타나 연예인들에 대한 호감으로 팬미팅에 참석하는데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이런 것들이 한류 팬들을 격감시키며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요.” 한류포럼에 참석한 태국 피사누룩 나레수안 대학교의 쭈타맛 분추 한국어과 교수의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서 전반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한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문화적 가치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적가치가 있음에도 오로지 한류를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적지 않은 한류스타, 기획사, 방송사의 인식과 행태 역시 신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 중 하나다.

새로운 창의적인 콘텐츠나 완성도 높은 콘텐츠 등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류스타만을 반복 활용해 돈벌이만 하려는 행태와 한류의 진정한 원동력인 외국팬을 진정으로 위하기 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인식 등은 한류를 추락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동방신기와 JYJ로 분리돼 국내팬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류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동방신기 사태에서 보듯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전근대적 계약관행을 비롯한 후진적 연예기획사 관리 시스템 역시 힘차게 재도약하는 신한류에 큰 걸림돌이다. 후진적인 연예기획사 관리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제2의 동방신기사태, 카라 사태가 반복돼 막대한 대중문화적 손실 뿐만 아니라 신한류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신한류 도약을 제약하는 다섯 가지의 행태들이 개선된다면 한류는 보다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 SM, DSP,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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