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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 타이거즈’, 윽박지르는 서장훈의 시대착오적 리더십
기사입력 :[ 2020-01-27 14:01 ]


한국 농구가 쇠락한 이유가 ‘핸섬 타이거즈’에 그대로 나타난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는 모순과 괴팍함의 예능이다. 스스로를 예능이라고 하면서 방송인이 아닌 농구인으로 출연한 서장훈은 다른 출연자들에게 여기서 예능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제작진도 웃음기를 싹 거두고 진짜로 농구한다는 진정성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자 셀링 포인트로 삼는다. 하지만 팀 이름에는 기존 스포츠 문화에선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다분히 방송을 의식한 1차원적인 작명인 ‘핸섬’을 붙이고, 팀 결성 40여일 만에 전국 최상위권 아마추어 팀들이 자웅을 겨루는 리그에서 우승하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내세운다. 사회인 농구팀 수준과 비선출 연예인의 농구 실력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이다. 하지만 감독이 서장훈이라면 어떨까? 여기서부터 이 농구 예능은 출발한다.

프로그램으로서 <핸섬 타이거즈>의 목표는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농구의 인기 향상이다. 그 전략으로 성장 스토리와 연예인들이 땀 흘리며 뛰는 농구의 역동적인 매력을 내세운다. 제작발표회에서 ‘농구로는 웃기고 싶지 않다’고 피력한 서장훈의 의지 그대로 예능이란 타이틀이 붙었지만 웃음 포인트는 없다. 자막도 웃음을 위해선 쓰지 않는다. 그간 있었던 농구 예능을 놓고 비교해봤을 때, 2016년 과거 스타 선수들과 아마 최강자들이 출연한 XTM <리바운드>나 그 이듬해 연예인 농구리그를 개최한 tvN <버저비터>보다는 김혁, 서지석 등이 활약했던 2013년 <우리동네 예체능>의 농구편에 가장 가깝다. 다만, 강호동, 정형돈을 위시한 예능 캐릭터 대신 전설적인 선수 출신의 방송인 서장훈의 엄정한 코칭이 메인 콘텐츠로 자리한다.



그런데 모순의 결과, 다시금 농구 붐이 오길 바라는 기획의도와 달리 한국 농구가 대중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간 이유 중 몇 가지가 <핸섬 타이거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가장 먼저 빈약한 볼거리다. 우선 스포츠 예능의 근본적인 문제인데, 아무리 잘생긴 연예인들이 멋진 플레이를 선보인다고 해도 농구 실력만으로 한편의 예능을 이끌기에는 볼거리의 한계가 있다. 이미 3년 전 tvN <버저비터>가 확실히 끝낸 실험이다.

NBA가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KBL이 쇠락하는 이유는 선수들의 개인기술 부족과 그들이 개인기를 발전시킬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승부에만 집착하는 리그 문화 탓이다. <핸섬 타이거즈>의 상황도 비슷하다. 농구를 내세운 프로그램이지만 문수인을 제외하고 아마추어리그 상위권 수준의 선수가 없다. 그런 까닭에 단기간에 이기는 팀으로 만들기 위해서 속공 전개와 패턴 연습과 같은 조직력으로 개인기량 부족을 메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꽤 정성스런 시간이 필요한 개인기량 향상보다는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한 전략은 고개가 끄덕이지만 속공 훈련과 패턴 플레이를 고집스레 지시하는데 30대 후반 40대 초반 연예인들이 주축인 팀 사정과 땅을 보지 않고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가드가 없는 상황에서 한 두 차례 연습 후 진행하는 패턴 플레이 농구가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긴 어렵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엘리베이터 스크린, 해머 오펜스, ZIP3 같은 유명한 모션 오펜스를 보여주면서 패턴 플레이의 매력과 그런 패턴 플레이가 고안된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을 친절하게 단계별로 차근차근 훈련한다면 선수뿐 아니라 시청자들 눈에도 패턴 플레이가 보이게 되면서 흥미나 성취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기존 동호회 차원을 넘어선 서로가 서로를 돕는 수준 높은 패턴 플레이가 리그전에서 독특한 팀컬러이자 삶의 교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농구 자체에 별 다른 지식이 없는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 아무런 설명이나 이해시키는 과정 없이 패턴의 기본 움직임인 컷인 프레이와 컬 스크린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일단 해봐’라고 공을 던지고 시작하는 전술 훈련에서 묘미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핸섬 타이거즈>가 내세우는 진짜 재미, 이 프로그램을 예능이라고 규정한 진짜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던 선수들이 노력해 높은 수준의 팀으로 거듭난다는 성장스토리에 있다.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좋은 리더 혹은 멘토를 만나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환골탈태할 수 있다는 일종의 낭만과 바람이 깃든 스포츠 만화 같은 이야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 방식에 판타지는 전혀 깃들어 있지 않다. 서장훈의 불친절, 강압적이고 윽박지르는 호통 코칭은 KBL 리그의 전매특허이자 우리네 엘리트 교육의 현주소이며, 우리가 일상 곳곳에서 흔하게 겪는 상황이자 어른의 모습이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들의 공교시>에서 고압적이고 질책을 우선시하는 서장훈의 코칭이 가져온 문제가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재밌고 즐겁던 농구가 버겁고 힘든 일로 변한다. 즐거움, 재미, 꿈, 이런 정서적 접근 없이 단순히 이기는 농구를 위한 이른바 주입식 교육은 팀이 리그전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예능 콘텐츠의 성장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긴 어렵다. 실제 선수도 아닌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이기고 우승해야 하는지 시청자들이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핸섬 타이거즈>의 승부수는 서장훈의 코칭에서 나와야 한다. 시청자들은 선수들 한명 한명의 개인기량 발전과 스탯을 챙기기보다 이들을 이끌고 나가는 서장훈의 리더십에 기대하는 바가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서장훈은 기본적으로 연예인 농구 동호인들의 입장과 실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보다는 기준을 높인 다음 밀어붙이는 식으로 지도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농구 선수가 아마추어 농구 애호가들을 답답해하는 건 진지함이 아니라 역정이다. 안타깝게도 <핸섬타이거즈>에는 이를 완화할 코치나 MC 역할의 출연자가 없다. <슬램덩크>에서 영향을 받았을 조이는 젠더감수성이란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한 캐스팅이고 본인이 가장 힘든 자리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숨 섞인 질책과 윽박, 핀잔 등의 불편함만이 잔상으로 남게 된다.

이 대목에서 리더십과 코칭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인기를 구가한 <청춘FC>의 안정환이나 <골목식당>의 백종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단 해봐라, 무조건 따라와라고 몰아붙이기보다 눈높이에 맞는 친절함과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세심한 시선이 필요하다. 기존 엘리트 운동과는 다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콘텐츠다. 안 그래도 비인기 종목인데, 불편한 에너지, 경직된 분위기, 바짝 얼은 선수들의 군기가 감도는 프로그램을 구태여 찾아볼 이유가 전혀 없다. 이기는 농구도 좋지만 농구의 매력과 재미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 이것이 한국 농구와 대중 사이의 괴리다. 그렇기에 <핸섬 타이거즈>는 다소 괴팍한 예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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