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왜 국민예능 전설이 됐나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1박2일!”외침과 함께 하나의 한국예능 신화가 완성됐다. 그 신화의 시작은 2007년 8월5일.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가 시청자와 만났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와 비아냥이 쏟아졌다. 그리고 2012년 2월26일, 외면을 받으며 미미하게 출발했던 그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전국민의 박수를 받으면서. 그리고 남녀노소 수많은 시청자의 가슴속에 ‘국민예능의 신화’로 남으며 창대하게 끝을 맺었다.

바로 KBS ‘1박2일’이다. 그 모태는 3개월만에 막을 내린 강호동 지상렬 이수근 김종민 은지원 노홍철 등 멤버들이 진행한 본격 유비무환 버라이어티 ‘준비됐어요’. 이 프로그램은 낮은 시청률로 인해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모토로 한 ‘1박2일’로 바꿔 2007년 8월5일 충북 영동편을 시작으로 새출발 했다. ‘무한도전’ 아류라는 비아냥과 낮은 관심에서 출발한 ‘1박2일’이었지만 점차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008년부터 그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올 수 인기고공 비행을 하며 국민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인기의 절정에서 2월26일 232회를 끝으로 시청자 곁을 떠났다.

‘1박2일’은 어떻게 전국민이 사랑하는 국민예능이 됐을까. 그리고 한국 예능 프로그램사에 큰 의미와 파장을 일으킨 ‘1박2일’의 성공 원동력은 무엇일까. 연예인 멤버들이 특정 지역을 정해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게임과 미션 등을 수행하며 웃음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1박2일’의 가장 성공 원인이자 국민예능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린 아이에서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전국민이 웃을 수 있는 웃음의 코드를 장착하면서도 시청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독할 수 있는 프로그램 텍스트의 특성을 보였던 점이다.

우리 예능 프로그램은 어느 사이엔가 맥락이나 배경 등을 알지 못하고서는 웃음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중문화 트렌드의 선봉에 선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젊은층의 취향과 의식에 초점을 맞춘 웃음의 코드를 활용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나 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층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도 웃을 수 없게 됐고 점차 예능 프로그램에서 멀어져갔다.

하지만 1박2일‘은 맥락과 배경을 모르고서도 쉽게 웃을 수 있는 웃음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 모두가 쉽게 웃을 수 있게 했다. 보편적 웃음의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또한 여행지의 스토리텔링화, 멤버들의 끊임없는 캐릭터의 진화와 새로운 관계구성 등을 통해 시청자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독할 수 있는 열린 텍스트로서 면모도 보여줘 ‘1박2일’을 다양하게 소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변화된 시대 속에서 솟아나는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킨 점도 국민예능의 신화의 원동력이다. ‘1박2일’은 디지털로 대변되는 지식정보사회에 접어들면서 상실돼가는 중요한 것들에 대한 그리고 한국의 전통적인 것들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줬다.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사람 냄새나는 직접적인 사람관계는 상실되고 따뜻한 손을 내미는 정(情)역시 실종돼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로 복제와 가공, 변형이 판치면서 리얼리티(날것)는 설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땀 냄새 나는 사람관계를 욕망했고 정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날것에 대한 욕망역시 강해졌다. 이러한 사람들의 갈망과 욕망을 충족시켜준 것이 ‘1박2일’이다. 연예인 멤버와 제작진이 온몸을 부딪치며 게임을 하고 상황에 대처해나가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 속에서 상실돼가는 사람냄새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보게 됐고 우리네의 정말 소중한 정서를 느끼게 됐다. 그리고 날것에 대한 욕망도 충족하게 됐다.




‘1박2일’ 멤버들의 성장과 성공신화 역시 ‘1박2일’이 전국민의 사랑을 받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시청자들은 ‘1박2일’을 통해 멤버들의 성장과 성공을 목격하며 대리만족을 했다. 앳된 청년 이승기는 어엿한 청년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부상했고 초반제자리를 찾지 못해 묵묵히 일만하던 ‘국민일꾼’ 이수근은 뛰어난 예능스타로 비상해 화려한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성공신화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때로는 위안을 받기도 때로는 희망과 용기를 얻기도 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안팎의 요구와 기대는 외국의 그것과 상당부분 차이가 있다. 적지 않은 시청자나 전문가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웃음을 주는 것 외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한다. 그것이 공익이든 감동이든 의미이든 말이다. ‘1박2일’은 웃음과 함께 의미와 감동을 준 착한 예능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 것도 남녀노소 사랑을 받는 국민예능의 신화의 초석이 됐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 내적인 이유 역시 ‘1박2일’의 국민예능으로 비상하게 만든 큰 역할을 했다. 고정된 멤버와 포맷으로 새로운 여행지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리얼 버라이이티의 장르적 장점을 극대화한 것도 ‘1박2일’이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이유중 하나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절묘하게 조화를 시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과 신선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여기에 복불복 게임 뛰어난 예능적 장치,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의 조화와 출중한 예능감, 트렌드와 시의성을 반영한 멤버들의 캐릭터화와 캐릭터의 진화, 의미와 감동을 주는 여행지의 스토리텔링화, 연예인 멤버에게서 맛볼 수 없는 의외성과 흥미를 준 시청자와 제작진의 멤버화 등 ‘1박2일’의 뛰어난 예능의 정석과 강점들이 전국민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랑을 받았고 시청자의 가슴속에 강렬한 신화로 남게 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