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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필요한 만큼만 망가지는 공효진
기사입력 :[ 2012-03-01 13:16 ]


- 공효진 “얼렁뚱땅, 닥치면 연기하는 스타일”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공효진은 캐릭터 부자다. ‘파스타’ 서유경, ‘최고의 사랑’ 구애정, ‘러브픽션’ 이희진 등은 공효진만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창조해낸 캐릭터들이다. 배우에게 대중의 사랑을 받을만한 캐릭터가 많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공효진은 무조건 망가지지 않는다. 딱 적당한 만큼만 망가진다. 너무 많이 망가지면 보기에 부담스럽고, 장동건 처럼 너무 안망가져도 현실적인 느낌이 나지 않는다. 당대 대중의 기호와 유행이 변화하는 지점에서 살짝 망가지는 게 좋다.

‘최고의 사랑’에서 한물간 전직 아이돌 비호감 캐릭터로, 근근이 방송출연하고 업소 뛰며 먹고 사는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짝 망가졌고 지난 29일 개봉한 ‘러브픽션’에서는 겨드랑이털로 망가진다.

하지만 딱 필요한 만큼만 망가지고 이를 공효진만의 색깔로 입혀내기 때문에 망가져도 오히려 사랑스럽다. ‘공블리’(공효진+러블리)라는 별명은 어디 가지 않는다. ‘겨털’ 때문에 출연을 망설이기는커녕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러브픽션’에서 공효진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버린 지 오래인 현실적인 커리어우먼이다. 반면 상대 역인 하정우가 맡은 구주월은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다가오다가 쿨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다. 한마디로 공효진은 ‘쏘~쿨’이고 하정우는 ‘찌질이’다.
 
공효진을 만나자마자 실제로 남자가 그런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봤다. “남녀가 사귀면서 6개월쯤 지나면 ‘방구 텄어’, 그러면서 하나씩 가면을 벗게 된다. (하)정우 오빠가 능청맞게 연기해서 그런지 굉장히 얄미웠다. 여자로서 분개하게 됐다. 나라면 가만 안 있는다. 여자친구와 도시락까지 싸고 소풍을 나와 이상한 짓을 하며 여자를 보낼 때 나 같으면 ‘일어나, 이거 내 돗자리야’라고 말했을 거다. 희진이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공효진은 여기서 살짝 목소리가 올라갔다. “정우 오빠가 ‘너 스쿨버스라며’ 라고 말했을 때 떠났어야 했는데, 진짜 화났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랬다며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게. 극중에서 ‘하나만 물어보자. 난 몇 번째니?’라고 묻는 정우오빠에게 “당신은 서른한번째야!”라고 말했지만 분이 안 풀렸다.”
 
‘러브픽션’은 남녀의 멜로만 가지고 끌고 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서양에서는 ‘브릿지 존스의 일기’ ‘러브 액추얼리’ 등 히트한 로맨틱 코미디가 많지만 우리와는 정서가 조금 다르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특이한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로맨틱 코미디는 평범한 캐릭터로 한정돼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댄싱퀸’처럼 정치적 상황의 휴먼 스토리를 가미하는 장치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 점에서 ‘러브픽션’은 모험일 수 있다. 심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속에 소설 ‘액모여인’을 접목시켜 액자구성의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힘을 발휘하는 건 공효진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의 ‘케미’(조합)다.
 
공효진의 연기 덕목 1호는 ‘내추럴함’이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연기다. 완벽하게, 100% 다 만들어놓고 현장에서 풀어내는 식이 아니라 현장의 기운과 느낌에 따라 유연하게 펼치는 연기다. 공효진은 이를 “얼렁뚱땅 연기한다. 닥치면 한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이 점이 상대배우에게 곤란할 수 있겠다고 했다.


 
“차승원 오빠가 그런 점을 느꼈을 것 같다. 나는 카메라가 오면 슬픔이 오니까. 장혁, 차승원 오빠는 대본을 완전히 외워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온다. 현장에서 생각하는 건 있을 수 없다. 나는 이렇게 해도 되는지 요즘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정우 오빠는 인정할 지 모르지만 나와 성향이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테이크마다 변할 수 있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 만들어 가는 부분은 나와 유사했다.”

공효진은 원래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이 아니었다. 출발은 비주류 마이너 감성이었다. ‘여고괴담’, ‘화려한 시절’, ‘상두야 학교가자’, ‘화산고’ ‘품행제로’ 시절은 못난이라고 했다. 2007년 ‘고맙습니다’에서 여성성, 모성이라는 단단한 기초공사를 거치면서 2010년 ‘파스타’에서 처음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다.

“멜로물의 여주인공이 되리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화장품 모델을 꿈꾼 적도 없다. 세상이 좋아져서 그렇다. ‘공블리’는 신기하고, 감사하다.”
 
공효진에게는 ‘공블리’외에도 패셔니스타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패셔니스트로서 어울리는데 그의 가느다란 몸은 큰 역할을 한다. 극중 캐나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공효진의 모습은 정말 그림이 된다.

“몸이 길고 가늘어서 좋겠다. 살이 안 찌는가”라고 묻자 “살이 안 찐다. 먹어도 축적이 안 되고 다 써버린다. 나는 잘 먹는다. 사실 살이 조금 쪘다. 얼굴이 조금 동그래졌다”고 망언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망언조차도 자연스럽게 하니까 용납해줄 수밖에 없다.
 
확실히 공효진은 남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애교가 있다. 그런 애교는 ‘하이킥3’의 박하선과는 많이 다르다. 남자들은 부담이 덜한 ‘백치미’ 박하선도 좋아하지만, 왠지 설렘이 있는 공효진도 좋아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영화 ‘러브 픽션’, 드라마 ‘최고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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