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리, 여성 MC의 굴레를 떨치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정말 해도 너무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당사자인 이효리 마저도 많이 웃겼나봅니다. 실소를 자아낸 진원지는 ‘이효리 뱃살 논란’으로 ‘논란’이라고 거창한(?) 제목까지 달고 쏟아진 기사들이었습니다.

2010년 2월 끝난 SBS‘패밀리가 떴다’ 이후 2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스타 이효리에 대해 대중과 대중매체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매회 주제를 달리하며 진행되는 토크와 음악이 있는 ‘정재형 이효리의 유 & 아이’MC로서 이효리가 지난 2월 26일 프롤로그 방송으로 시청자와 만났습니다. 복부가 노출된(?) 옷을 입고 나온 이효리는 긴장과 부담이 역력한 초보 MC 정재형을 잘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성격을 잘 살리며 첫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하지만 방송직후‘유 & 아이’에 대한 프로그램의 조명 혹은 평가나 분석, 그리고 이효리와 정재형의 MC로서의 면모에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고 방송 중 두 눈 부릅뜨고도 잘 보지 못한 이효리 배 부분을 캡처 받아 사진으로 내건 ‘이효리 뱃살’‘뱃살논란’이라는 가십기사들이 홍수를 이뤘습니다. 이에 대해 이효리는 트위터를 통해 “나이 들면 처지는 게 당연지사. 뭘 그리 놀라나. 어제 ‘유앤아이’ 시청하신 기자분들이 흠 잡을 것이라곤 제 뱃살밖엔 없었나 봅니다. 링거 맞으며 실없이 웃고 있는 독감녀”라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수많은 시청자와 이효리의 실소를 자아낸 이효리 뱃살기사에 묻힌 것이 바로 MC로서의 이효리의 진화된 면모입니다. 프롤로그 방송인 2월26일 방송과 ‘힘내라 백수’ 주제로 펼쳐진 3월 4일 1회 방송 등 두 번의 방송에서 보여준 MC로서의 이효리 이전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이었습니다.

이효리는 그동안 ‘해피투게더’를 비롯한 적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과 ‘대학가요제’같은 특별 프로그램 MC로 나섰습니다. 물론 1인 단독 MC로 나서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유재석 신동엽 탁재훈 김제동 등 최고의 MC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MC 이효리는 최고 남자 MC들의 도움을 받으며 MC로서의 능력도 배가시키며 유능한 MC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아이’MC로 나선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함께 진행자로 나선 정재형이 MC초보인데다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효리가 정재형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야 했습니다.

MC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성격을 규정해 나가는 얼굴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격, 인기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무대 위의 연출자인 것 입니다. MC는 신호등이 없는 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교통 경찰관의 단호하면서도 뛰어난 정리의 역할도 수행해야하고 경기를 원활하게 전개하는 축구경기의 심판처럼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야하는 기능도 발휘해야합니다. 또한 공중에 뜬 비행기의 균형을 잡는 조종사처럼 프로그램의 균형도 잡아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단원들을 지휘봉 하나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이 공동MC, 패널, 출연자, 스태프 사이에 뛰어난 조화력도 요구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역할과 기능이 요구되는 MC 그것도 뛰어난 MC가 되기위해서는 프로그램 장악력에서부터 개성적인 진행스타일, MC와 패널, 출연자와의 뛰어난 조화력, 멘트 구사력, 위기대처능력, 애드립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자질을 두루 갖춰야합니다.



‘유&아이’ 2월26일, 3월4일 두 번의 방송에서 MC로서의 이효리는 이전보다 진행자로서 시야가 훨씬 넓어졌고 진행 테크닉이나 세기는 더욱 풍부해지고 매우 정교해졌습니다.

우선 가장 돋보인 부분은 초보 MC 정재형의 대본에 의존하는 딱딱한 진행에서부터 어색한 멘트구사력, 어색한 분위기 조성까지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하며 조화를 이끌어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진행한 부분입니다. 정재형이 대본에 얽매이는 분위기를 보이면 간단한 애드립으로 자연스러움을 유도하고 싸이 스윗소로우 등 출연가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정재형 MC의 멘트에 적절한 리액션을 해주며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효리는 출연가수와 방청객 그리고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와의 가교 역할을 하는 넓은 시야를 견지하며 진행하는 자세 또한 높이 평가받을 부분입니다. 이전 이효리가 출연자에게만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시청자의 입장이나 반응마저 감안한 진행을 하는 모습을 이번 ‘유&아이’ 에서 보여줬습니다.

이효리는 ‘유&아이’에서 한사람 MC 역할을 떠나 가수의 공연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방청객과 시청자의 흥을 돋구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출연자 겸 방청객의 면모도 보이는 부분 역시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3월 4일 방송분에서 싸이가 노래 할 때 이효리는 싸이의 노래에 맞춰 흥겨운 댄스를 선보이고 방청객의 반응을 유도하며 방청객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단적인 예입니다.

무엇보다 2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이효리가 여성 MC에게 굴레처럼 덧씌워진 수동성과 보조성을 떨쳐버리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MC로서의 모습을 보인 것은 MC사의 진일보한 모습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뉴스진행에 이르기까지 우리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인 성격과 수동적인 역할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효리는 남녀 공동MC로서 조화를 이루며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그리고 보조적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 MC면모를 보여왔는데 이번 ‘유 & 아이’에서도 이 부분이 잘 드러났습니다.

멘트 구사력 등 MC로서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이효리는 방송을 하면서 더욱 더 진일보한 MC의 면모와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의 눈에는 이효리의 뱃살은 전혀 보이지 않고 MC로서의 이효리의 이러한 모습이 보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어떤가요?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