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품달’ 출연배우들의 뚜렷한 명암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은 원작이 스포일러였다. 양명(정일우)의 죽음과 중전 보경(김민서)의 자결, 이훤(김수현)과 연우(한가인)는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해품달'은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 로맨스사극 반열에 올랐다. 현실적인 것과 허구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종반으로 접어들며 대본은 허술해지고 설정은 신파 구조였으며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연기자도 없지 않았다.

히트 드라마는 스타를 만들어낸다. 그 수혜는 광고 체결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해품달'의 출연배우들은 모두 웃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배우들의 명암이 제법 뚜렷하게 갈렸다.
 
최고의 수혜자는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해품달'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드림하이'의 경상도 풋내기 송삼동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남자 주인공이 김수현이라고 하니 스타 여배우들의 캐스팅이 여의치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훤의 아역 여진구에 이어 성인 역을 맡자마자 대한민국 여성들을 매료시켜버렸다. 여진구가 연기를 너무 잘해내 성인 연기자가 적응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김수현은 이런 불리를 뚫고 ‘이훤앓이'에 빠지게 하고 모든 여성들의 로망으로 군림했다. 김수현은 이번 드라마 출연으로 무려 15건에 달하는 광고 체결, 광고수익만도 70억~80억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 김수현은 이승기와 라이벌을 형성하게 됐다.

걸그룹 가수 출신인 김민서는 ‘성균관 스캔들’ ‘동안미녀’ 등에 출연할 때만 해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동안미녀'에서는 현대판 악녀, ‘해품달'에서는 사극판 악녀라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간 표독스러움 정도가 그녀의 연기무기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김민서는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 반전을 일으켰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연기를 가장 적절한 대목에서 극대화시킨 것이다. 액받이 무녀 월이 교태전의 주인인 연우라는 사실을 알고 불안에 떠는 광기 연기, 일명 ‘멘탈 붕괴’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했다. 김민서는 대본에 쓰인 ‘패닉'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슬픔과 공포, 두려움이 담긴 연기를 4시간만에 준비했다고 밝혔다.




8년 동안 처녀 중전으로 살았던 김민서가 권력에 눈먼 아버지 윤대형(김응수)에게도 버림받자 오히려 동정받는 악녀가 됐다. 마지막회에서도 폐비가 되는 걸 직감한 김민서는 원하는 게 폐하의 성심밖에 없다고 자결해 또 한 번 인상을 남겼다. 원작소설에서 보경은 왕을 별로 사랑하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연우의 연적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됐고, 훤을 열렬히 사랑한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김민서에게 ‘해품달'은 연기의 큰 도움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왕대비마마 윤씨 김영애와 성수청 국무 장씨를 맡은 전미선은 원래부터 명품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라 새삼스럽게 이 드라마에서의 혜택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요즘 안나오는 데가 없는, 노회하고 비열한 윤대형 역의 김응수와 함께 극의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냈다. 정극에서 코믹하고 귀여운 상선 내관을 보여준 정은표도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반면 한가인은 감정이 실리지 않는 연기로 김수현과의 연기조합이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19~20회에서 이훤과의 재회신과 어머니와 오빠 등 가족과 도무녀 장씨(전미선)를 만나는 신에서 이전보다는 나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가인의 연기는 시청자에게 흡족함을 주지는 못했다.

해에 가려졌던 슬픈 또 하나의 태양 양명 정일우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열심히 연기했다. 성심성의를 다했다. 하지만 ‘양명앓이'를 만들어내는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매끄럽지 못한 발성탓이다.

허염을 연모하면서도 그의 행복만을 빌고 죽어간 설 역의 윤승아도 아직 사극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죽는 순간까지는 감정을 이입하기 힘든 연기를 보여주었다.
 
정일우와 윤승아는 완전한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연기를 성장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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