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은․이진원의 죽음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홍대 앞에서 최근 한 무명 음악 지망생을 만났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투여하는 노력은 가히 놀라웠습니다. 알바 하는 시간을 빼놓고는 거의 작곡과 연주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음악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망울은 정말 빛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찬연하게 빛나는 그의 눈빛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지난 2월9일과 10일 각각 발표된 자료에 직면하고는 그 의구심은 더욱 더 커졌습니다. 2월9일 LIG투자증권 정유석 애널리스트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5인조 아이돌 그룹 빅뱅이 올해 콘서트로만 380억원을 비롯해 음반·음원 120억원, 광고 50억원 등 총 78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빅뱅은 하루 2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멤버 1인당 4천만원씩 버는 셈이 됩니다.

2월10일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서울 마포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뮤지션 생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21명의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결과 인디음악가들에게 매달 시기와 액수가 균일하게 들어오는 고정수입은 평균 69만원에 그쳤습니다. 1인 가구 최정 생계비인 55만3354원에 못 미치는 월 소득 50만원 이하의 음악가들도 38%나 됐습니다. 월수입 200만원이 넘는 사람은 9%에 불과했습니다. 77%의 음악가들이 음악활동 외에 강습·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추가노동이 주당 40시간 이상에 이르는 응답자도 전체의 22%에 달했습니다. 이마저도 고용이 불안정한 학원강습(29%)이나 아르바이트(23%)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음악가뿐이겠습니까. 배용준 이병헌 등 톱스타들은 드라마 회당 1억원 이상을 받으며 억 소리 나는 스타의 과실을 누리고 있고 스타 드라마 작가 역시 회당 2,000만~5,000만원을 받고 있지만 한해에 단한번의 드라마 출연을 못해 연간 출연료 수입이 0원인 탤런트 연기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영화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는 편당 5억~6억원 출연료를 받고 그것도 부족해 관객수에 따라 수입을 추가로 받는 런닝 개런티까지 챙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태프나 단역, 조연배우들은 어떠한가요. 지난해 4월 영화진흥위원회와 전국영화산업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스태프는 5,000여명 정도로 제작 편당 평균 임금은 852만원, 평균 연봉은 102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마저도 영화사의 체불로 상당수가 제대로 인건비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타(승자) 독식구조가 심화되고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곳이 바로 연예계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억소리를 내며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반면 스태프나 조연, 단역 그리고 무명 음악가들의 삶은 더욱 더 척박해지고 있습니다.



인디음악계에서 인정을 받은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은 지난 2010년 11월 생활고를 겪다 뇌경색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서른일곱 그의 음악적 열정도 채 풀어내지 못한채 숨진 이진원의 죽음 앞에 수많은 음악가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월 또 한명의 아까운 영화계 인재가 재능을 펼치기도 전에 힘든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감독이자 작가인 최고은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채 이웃주민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그녀의 나이 서른두살이었습니다.

앞날이 창창했던 두 젊은 재능 있는 대중문화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대중문화계 뿐만 아니라 대중매체, 그리고 정부는 대중문화인의 열악한 창작환경을 개선하고 실업보험, 실업자 보호제도 등 제도적, 정책적 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이진원이 숨진 지 2년이 흘렀지만 인디 밴드 등 다수의 음악인들은 2년 전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힘겹게 버티어내고 있습니다. 최고은 작가가 꿈도 펴보지 못한 채 생활고속에 숨을 거둔지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처우나 제작환경에 대한 개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스타의 독식구조는 더욱 더 견고하게 형성되고 연예계의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스타의 엄청난 몸값과 출연료 상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스태프나 조연, 중견, 단역 연기자의 눈물과 고통은 그만큼 더 커졌습니다. 대통령에서부터 문화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한류’의 화려한 결실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토대이자 한류의 원동력인 대중문화인의 열악한 창작환경과 처우에 대해서는 눈 감은 듯 합니다.

음악의 열정과 노력으로 힘든 생활 속에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무명 음악인의 초롱한 눈빛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故이진원 홈페이지,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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