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사찰, 연예인과 대중문화 그리고 민주주의 말살행위!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뉴스를 만들면서도 놀랐다. 총리실 자료 중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사찰, 개인의 사생활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내용이 포함이 돼 있었다.”(KBS 김경래 기자)“국가 권력이 정권 유지를 위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치밀하게 사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취재원 중 사찰 당한 사실을 몰랐다는 사람도 많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에 섬뜩함이 들었다.”(KBS 송명훈기자)

“2009년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 한시적인 연예인 기획사 관련 비리수사 전담팀 발족, ○○○는 민정수석실 요청으로 수사팀 파견”이라는 내용이 담긴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라는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김제동 등 일부 연예인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큰 충격의 여파는 현재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건을 보도한 ‘리셋 KBS 뉴스9’기자들이 지난 3월30일 가진 기자회견장에서의 한 언급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에는 “2009년 10월 방송인 김제동의 방송 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하여 각종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가 계속될 경우 좌파 연예인에 대한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문건과 함께 공직윤리지원관실 파일 중 ‘연예인’이라는 별도 폴더가 있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급기야 “故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둔 2010년 5월경 국정원 직원을 두 번 만난 일이 있다.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본다는 게 사실이냐’라며 ‘왜 그것을 굳이 당신이 해야 하느냐. 당신 아닌 다른 사람도 많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 김제동 인터뷰 내용까지 공개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김제동을 비롯한 일부 연예인에 대한 사찰 의혹이 본격 제기되고 이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권력기관의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은 가장 추악한 범죄이자 중대범죄이다. 사찰은 대상자에 대해 감시의 공포를 촉발시켜 영혼과 육체를 파괴시킬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과 사생활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추악한 범죄행위다. 또한 개인의 양심과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정부와 권력층에 대한 건강한 비판 목소리 마저 재갈을 물려 결국 국가를 망치는 국기문란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양심상의 결정 과정에 국가권력이 그 결정을 방해하거나 결정을 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양심의 자유를 명문화한 헌법을 명백히 위반한 위헌행위다.

더욱이 가장 자유스럽고 제약 없이 활동해야할 연예인에 대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사찰은 연예인의 의식 내부에 검열과 금기 리스트의 내재화시키는 결과를 낳아 결국 연예인을 연예인으로서 존재할 수 없게 만든다. 국가권력의 부당한 연예인 사찰은 사찰로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연예인으로 활동 제한으로 이어진다. 즉 방송 등에서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김제동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 노제와 추모식 등에서 사회를 맡은 것에서부터 해고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위로, 용산참사 해결촉구 발언, 반값등록금 요구 대학생들의 대한 격려 등 그의 언행과 사찰의혹, 그리고 일부 프로그램에서의 MC 하차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정권 때에는 야당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연예인이나 전문가, 방송인들을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고 연예활동을 봉쇄하는 초법적이고 야만적 권력남용의 문제를 노출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연예인의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 사찰은 이보다 더 추악하고 섬뜩한 범죄다.

국가권력과 다른 정치적인 입장 차이를 보인다는 이유로, 그리고 양심과 신념에 의한 언행으로 연예인을 국가권력이 불법적으로 사찰하는 것은 연예인을 죽이고 대중문화를 고사시키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1940~1950년대 미국에 매카시의 ‘빨갱이 사냥 광풍’이 휘몰아칠 때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인도주의를 내건 조직에 가입 혹은 지지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공산주의 활동에 대한 연방정부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종 핍박과 연예활동을 거부당한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감독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붉은 파시스트와 동조자들’라는 추악한 마녀재판식 악명을 뒤집어 씌워 여론재판을 유도하기도 했다. 미국 대중문화사에 그리고 민주주의사에 가장 추악한 행위로 기록된 사건이다.

2012년 4월 대한민국에 김제동을 비롯한 특정 연예인 사찰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리고 연예인을, 대중문화를, 그리고 민주주의를 말살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찰의혹 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그리고 역사의 시계를 후퇴시키는 국가권력에 의한‘불법사찰’이라는 단어 자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도 고조되고 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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