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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과연 찬사받을 만한가?
기사입력 :[ 2012-07-30 15:13 ]


- ‘CF스타’ 전지현, 드디어 ‘영화배우’가 되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2004년 그때도 참 요란했다. ‘100여명의 내외신기자 취재 열기’ ‘흥행보증 여자 주연의 맹활약’ 등 찬사로 일관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영화의 여자 주연은 인터뷰에서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단언했다. 대중매체의 화려한 수사와 요란한 찬사와 달리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냉랭함 그 자체였고 냉소적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영화가 아닌 여자 주연의 CF종합전시장”라는 비판이 극장을 나선 관객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바로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 합니다>와 여자 주연배우 전지현이다.

그 이후 전지현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에 이같은 몇 차례 비슷한 경험을 한데다 갈수록 그녀의 실망스러운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까지 더해져 전지현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시 시끄럽다. 또 그녀에 대한 찬사와 그녀의 영화 관객몰이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영화 <도둑들>이다. <도둑들>을 보기 전에 “또 실망할까”라는 의구심을 다소 나마 해소한 것은 최동훈 감독과 그리고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의 면면 때문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오달수 임달화 김수현 이신제 증국상 등이 전지현과 함께 출연한 것이다.

<도둑들>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극찬을 한 기사의 내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대로 봐 줄만하다는 평가를 했다. <도둑들>의 내러티브나 영화의 구성이 너무 뻔하고 단순한 데다 전개 내용이 충분히 예상가능해 맥이 빠지고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빈약한 스토리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나마 위안을 받은 것은 연기자들의 뛰어난 캐릭터 플레이다. 특히 상당 부분 과장과 전형성이 드러나지만 전지현의 캐릭터와 그 표출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전히 감정의 결을 정교하게 살려내는 정교한 연기력의 부족 등 문제점은 상존하지만 말이다.

<도둑들>의 전지현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톱스타다. 위키백과의 전지현을 설명하는 단 두 줄은 그녀를 이해하는데 결정적 단초 역할을 한다. ‘1997년 패션잡지 ‘에꼴’ 표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1999년 삼성 마이젯 프린터 CF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아시아 스타로 발돋움했다’



1998년 <내 마음을 뺏어봐> 그리고 1999년 <해피투게더> 등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 행보를 시작한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것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CF였다. 계속되는 테크노댄스, 중간에 아무런 대사도 나오지 않은 채 전지현의 춤은 계속되고 어느 순간 음악과 함께 충동작도 멈춘다, 가뿐 숨소리와 함께 얼굴위로 흐르는 땀방울의 강렬한 프린터 CF는 전지현을 단번에 신세대 아이콘으로 그리고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시켜주며 대중의 스타로 부상시켰다.

그리고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중성성을 강화한 새로운 신세대 여성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연기자로서도 스타덤에 올랐다.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하고 엽기적이면서도 발랄한 이미지의 전지현은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관통하는 것은 광고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면서 스타성에 버금가는 활동이나 연기력을 갖추지 못했고 CF에서 축성한 이미지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난 캐릭터나 분위기가 요구되는 작품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영화 <내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4인용 식탁> <데이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블러드> 등 출연한 영화에서 광고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연기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것은 영화 흥행 참패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한 원인으로 작동했다.



반면 광고에선 승승장구하며 CF톱스타 위치를 굳건히 차지해 “전지현의 직업은 배우 아닌 CF모델”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전지현은 연기 못하는 스타의 등가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지현이 프린터 CF와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영화 출연을 지속하던 2004년 당시 나온 채희상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석사논문 <스타배우의 연기 시스템에 관한 연구>에선 전지현을 짧은 기간 안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 중 자신의 이미지와 개성을 연기의 주요 수단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외적 이미지만으로 타입 캐스팅된 배우군의 한사람으로 꼽았다. 이런 유형의 배우에는 권상우 김희선 등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톱스타지만 대중과 전문가들이 연기력에 대해 지적을 끊임없이 하는 연기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채희상은 논문에서 오달수 이문식 김수미처럼 영화기술 도움 없이도 자신의 이미지를 살리는 개성화된 연기로 가능한 배우군,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문소리 조승우 처럼 탈개성화된 연기 스타일의 연기로 연기를 시작하여 스타덤에 올라 스타 이미지를 획득하는 배우군, 그리고 배용준 장동건 처럼 짧은 기간 안에 스타덤에 오른 후 개성을 하나의 유형으로 발전시킨 배우군 등 스타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유형화했다.

지난 1998년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로 연기자로서 행보를 시작한 전지현의 14년간의 연기자로서의 평가는 자신의 이미지와 개성을 연기의 주요 수단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외적 이미지만으로 타입 캐스팅된 배우의 유형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기술의 도움 없이 탈개성화 된 연기로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며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게 영화와 배역의 진정성을 부여하는 배우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견고한 CF 이미지의 성채에서 벗어날 유일한 열쇠인 스펙트럼이 넓고 정교한 연기력을 갖지 못해 성채 안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오랜 기간 유폐돼 있었다. 이 때문에 대중은 연기자 전지현에 대해 차가운 시선과 더 나아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CF이미지의 성채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중의 차가운 시선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전지현이 한국 영화로는 5년만인 <도둑들>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 <도둑들>에서의 전지현은 도둑질 할곳에는 언제나 달려가는 섹시한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역을 맡았다.

<도둑들>의 전지현은 함께 출연한 스타 연기자들 중에서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다. 공중곡예 하듯 현란하면서도 역동적인 와이어 액션과 키스를 한 짐파노(김수현)에게 “야 이 새끼야 입술에 힘 좀 빼” 등 임팩트 강한 욕드립 대사들, 그리고 강점인 몸매의 의도적 부각 등으로 전지현은 우선 외형적으로 눈길을 끈다. 그리고 김혜수부터 김수현에 이르기까지 다른 배우들이 전지현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데다 김윤석 오달수 등 존재감이 큰 배우들의 맹활약, 카메라워크 등 영화적 기술 지원까지 가세해 전지현을 관객 시선의 중앙에 서게 만든 것이다.

연기력의 스펙트럼은 여전히 CF적 강렬한 단선적 이미지를 단번에 무력화시킬 만큼 넓지 않지만 <도둑들>에선 분명 이전 작품보다 조금은 확장됐다. 그리고 대사 연기에서부터 표정, 액션연기에 이르기까지 연기력의 세기 역시 진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지현이 <도둑들>에서 단연 눈길을 끌며 미진한 연기력을 상쇄하며 관객에게 그나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캐릭터의 창출력이다. 최동훈 감독의 치밀한 구성과 의도가 짙게 배어 있겠지만 예니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잘 맞는 옷처럼 표출해 낸 것은 전지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분명 배우 전지현의 진화다.

전지현은 이제 캐릭터 창출력 뿐만 아니라 관객과 시청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연기력으로 CF적 이미지에 기대어 스타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비난을 잠재워야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도둑들>은 전지현의 연기자적 진화의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영화 <도둑들>, <엽기적인 그녀>, <데이미>,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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