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음원공개시 짚어봐야 할 점들

[서병기의 핫이슈] 화제와 논란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대다. 당연히 구(舊)화제는 신(新)화제에 묻히게 된다. 김건모의 재도전과 PD 교체로 이어진 MBC ‘나는 가수다’는 이제 음원 공개 문제로 또 다른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실력파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고, 시청자들은 이를 보면서 감동받았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고, 누구도 시청자의 이런 권리를 빼앗아가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공감대를 탔다.

이들의 음원공개는 좀 더 복잡한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음원차트에 김범수의 ‘제발’ 등 ‘나는 가수다’의 노래들이 대거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을 두고 아이돌 가수들이 입지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단순구도로 보면 ‘나는 가수다’ 가수와 아이돌 가수의 대립구도가 형성된다. 당연히 전자쪽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아이돌들이) 실력 키울 생각은 안하고 벌써부터 밥그릇 빼았길까봐 전전긍긍이네’라는 정서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과 ‘나가수’를 ‘인스턴트 식품과 장인이 한땀한땀 제작한 수제품’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올초 세시봉 친구들이 재조명 됐을 때에는 아이돌 가수쪽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 세시봉 열풍은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의 공연 증가와 한정 음반 판매로만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음원 돌풍을 수반한다. ‘나가수’가 한 달 쉬고 다시 시작하는 오는 5월부터는 2주마다 7곡이 나와 신곡들과 음원경쟁을 벌일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무한도전’의 듀엣가요제처럼 이벤트성 단발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신곡을 제작하는 기획사들은 크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나가수’의 음원 점령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편곡 좋고 보컬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준다는 점, 대중에게 잊혀진 노래를 재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로 의미가 부여될만하다. 현재의 대중은 신보보다는 과거의 음악에 흥미를 더 많이 느낀다(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는 점에서도 권장되어야 할 일이다. 불과 10년전 가수도 옛날가수가 돼버리는 상황에서 덜 조명받았던 과거 음악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며 음악시장은 새로운 음악과 과거 음악이 공존하는 것이다(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대화는 ‘나가수’의 장기적 음원공개를 2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음원 수익 배분를 어떻게 하고있느냐다. 가수 위주로 분배가 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MBC는 ‘나가수’ 유통사로 로엔을, ‘위탄’ 유통사로는 벅스를 택하고 있다.

‘나가수’의 음원은 유통사의 마진을 빼고 10%를 사회에 기부한 뒤 가수와 MBC가 5대 5의 비율로 나눠 가진다. 가수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적은 건 아니지만 제작 마케팅비가 적게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MBC가 적게 가져간다고도 볼 수 없다.

또 하나 따져봐야할 점은 나가수 음원공개에 반발해 대책을 수립하는 제작사들이 누구냐 하는 점이다. 주류음악계에서 지상파 노출도를 극대화해 짭잘한 수익을 올리던 제작자외에도 다양성 있는 음악을 추구하며 TV에 노출이 덜 된 음악제작자들도 포함되어야 반대의 명분과 설득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나가수’가 음악적 다양성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이와 관련, 김작가는 “기존예능에 아이돌들이 나왔다면 앞으로는 ‘나가수’에 출연한 소수의 가수들이 관심받을 것”이라며 “이런 게 음악 다양성이나 가요 발전은 아니다. 그리고 아이돌 음악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김작가는 “한국음악이 라이브 문화가 아니라 방송, 특히 예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인다.

‘나가수’가 계속 과거의 노래만을 재활용시킨다면 좋은 취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 과거 컴필레이션 음반이 지녔던 단점들과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은 뮤지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대중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지만 과거의 노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방식으로 ‘나가수’를 계속 운용하다가는 6개월 후 대중의 반응은 제법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리메이크와 새로운 노래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대중음악은 다양해야 하고, 과거의 노래와 새로운 노래가 공존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노래 열풍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한다. 대중음악을 끌고가는 큰 힘은 신곡, 새로운 음악에서 나온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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