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어디가> 호평에 생색내는 사람은 뭔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엄마 없이 보내는 48시간,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새로 편성되었다는 소식에 ‘예전에 아빠와 함께 하룻밤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분명 있었는데, 뭐였지?’ 며칠째 기억이 날듯 말듯 가물가물했다. 이렇게 답답할 데가 있나. 그러다 방송이 시작되고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의 귀여운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결정적인 퍼즐 한 조각을 찾아낸 양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바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친친’이었던 것. 아, 그때 그 프로그램이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자연과 친해지고 부모와 친해지자는 의미에서 ‘친친’이었지, 아마? 장난기 많았던 김창렬의 아들 주환이도, 앙증맞았던 김형일의 딸 예원이도 비로소 또렷이 생각이 났다. 그게 2008년 일이니 지금은 다들 많이 컸겠지? 그 이듬해 시작된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 동화구연을 연상시키는 말투와 손짓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예원이, 지금은 더 예뻐졌니?

<일밤-아빠! 어디가?>를 두고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을 따라 했다느니 거기에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을 보탰다느니 말들이 많았지만 실은 자사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단 1회 방송에 그쳤지만 나름 의미도, 재미도 꽤 있었는데 왜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지 못했던 걸까? 내 맘대로 그 이유를 추측해보건대 출연자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기 때문이지 싶다. 육아와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았는지 애를 다룰 줄 몰라 쩔쩔매던 아빠들. 한참 통재가 잘 안 되는 나이인 5살짜리 어린 녀석들을 먹이고 재우고 입히느라 1박 2일 사이에 녹초가 되어버렸던 아빠들이 아마 손사래들을 쳤으리라. 다시는 못한다고. 이건 할 일이 아니라고.

왜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가 특별히 기억에 남았는가 하면 예민해서 떼가 좀 있는 편이었는데 대부분의 아빠들 모양 큰 소리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윽박지르지 않고 끈기 있게 아이를 설득하던 모습, 그러면 못이기는 채 아빠를 따라주던 민국이. 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

그랬던 그 프로그램이 햇수로 5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다행히 한층 진화된, 안정된 틀을 가지고.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로라하는 부잣집은 망해도 삼년은 거뜬하다더니 곳간을 열심히 뒤졌더니 쓸 만한 재물이 굴러 나온 모양이다. 과연 옛말은 틀리는 법이 없다니까. 어쨌거나 운이 좋아 금은보화를 찾아냈다한들 제대로 돈 쓸 줄 모르는 자손이었다면 단박에 탕진하고 말았겠지만 용케도 간수를 잘 해낼 수 있는 제작진을 만난 것 같다. 과거 ‘친친’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또 요즘 대중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우선 ‘친친’ 적에는 아이들이 어려도 너무 어렸다. 의사 표현도, 전달도 잘 안 됐고 혼자 한동안 걷는다거나 먹거나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빠도 아이도 이내 지치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때때로 마치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했던 것이다. 웃자고 보는 주말 예능에서 아이들이 돌아가며 칭얼대는 모습을 수차례나 봐야했으니 지치기로는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 아이들은 5세부터 9세까지 연령층이 각기 다르지만 저녁거리 마련을 위해 한참을 걸어 이웃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가 하면 특히 윤민수의 아들 후는 관심이 가는 송종국의 딸 지아를 혼자 찾아 나서기까지 하지 않았나. 수동적이었던 아이들이 능동적이 되니 한층 이야기가 풍성해질 밖에. 게다가 아빠들의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다보니 아이를 대하는 자세도 제각기 달라서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가정교육에 정답이 어디 있겠나. 각자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찾아내면 되는 일.

침체일로의 <일밤>, 모처럼 안타 하나 치고 나니 갖가지 말이 다 들려온다. 어떻게든 흠을 찾아내 보려고 기를 쓰는 사람도 있고, 제 공인 양 턱없는 생색을 내는 사람도 있고. 제작진은 그저 이런저런 소리에 흔들릴 것 없이 ‘아빠와 아이들’에게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기대되는, 훈훈한 프로그램의 출발, 참 반갑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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