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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숙·홍요섭, <서영이>가 남긴 위대한 유산
기사입력 :[ 2013-03-05 11:13 ]


- 홍요섭·송옥숙, 이 중견연기자들이 사는 법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지난 주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가 막을 내렸다. <내 딸 서영이>는 주연급들의 무거운 이야기 사이사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가볍게 띄울 조연진의 이야기들이 포진해 있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그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커플이 바로 호정이의 부모로 나온 최민석 김강순 커플이었다.

최민석과 김강순 부부를 연기한 중견배우는 홍요섭과 송옥숙이었다. 사실 두 배우는 공통점이 있다. 동년배의 배우들처럼 깊은 연륜보다는 신선한 혹은 젊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실 <내 딸 서영이>의 김강순 역은 송옥숙에게는 다소 심심해 보이는 역할이었다. 딸을 좋은 곳에 시집보내려고 징징대는 속물엄마 캐릭터는 많은 드라마에서 익히 봐온 너무 흔한 감초니까 말이다. 김강순보다는 오히려 같은 시기에 방영했던 MBC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의 김명희 역이 송옥숙에게는 더 잘 어울렸다. 어두운 그늘과 악바리 근성을 지녔지만 그러면서도 여자의 매력이 남아 있던 김명희는 송옥숙의 대표작인 80년대의 드라마 베스트셀러극장 <낙지 같은 여자>의 여주인공과도 언뜻 비슷해 보인다.

단막극인 <낙지 같은 여자>는 갓 데뷔한 신인 연기자 송옥숙을 단숨에 주목 받는 연기자로 만든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송옥숙은 해질 무렵 해변에 나타나 낙지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 벙어리에 미친 여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드라마 마지막에 반전이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이 여자는 외지의 남자에게 버림받고 아이를 사산한 뒤 삶을 포기하고 미친 척하며 살아가던 여자였던 것. <낙지 같은 여자>로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각인시킨 송옥숙은 이후 다리 여럿 달린 낙지 마냥 80년대에 다양한 영역을 개척한다. 쇼 프로그램의 MC나 라디오 DJ로 많은 활약을 펼친 것. 그녀는 80년대 당시의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시원시원한 마스크와 성우처럼 안정적인 목소리로 주목을 받았다.



2천 년대 이후에 송옥숙은 조연급 연기자로 다시 한 번 독특한 자리에 서게 된다. 다소 강해 보이는 이목구비와 알토 톤의 안정적인 목소리 덕인지 다른 여배우들이 맡지 못한 독특하고 카리스마 있는 조연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되었다. 특히 이런 매력은 퓨전사극에서 많이 도드라졌는데 <선덕여왕>의 신녀인 서리라던가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반촌의 수장인 도담댁 역할 등이 그러했다. 최근에 <대풍수>에서 배우 오현경이 보여준 연기를 볼 때 퓨전사극에서 이런 종류의 역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청자들도 아마 잘 알 수 있을 터다. 하지만 다른 여배우들이 고전하는 것과 달리 퓨전사극에서 송옥숙의 연기는 늘 단단하고, 날렵하고, 힘이 있었다.

<내 딸 서영이>의 김강순이 송옥숙에게 다소 심심했다면 이 드라마의 최민석은 홍요섭만이 할 수 있겠다 싶은 역이었다. <내 딸 서영이>의 최민석은 어떻게 보면 철이 없고 어떻게 보면 아직 젊음을 잃지 않은 장년의 남자다. 젊은이들처럼 힙합패션을 입고 클럽에 들어가기도 하고 가죽점퍼에 가죽바지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최민석의 모습이 주책으로 보이기보다 귀여워 보이고 그럴듯해 보였던 까닭은 오롯이 홍요섭의 매력 때문이었다.

홍요섭은 사실 젊은 시절인 80년대에는 조금 애매한 주연급 남자배우였다. 당시에는 조금 더 부리부리하고 마초적인 미남들이 인기 있던 시대였다. 스킨으로 뺨 때리기 광고로 유명한 신일룡이나 지금은 고인이 된 임성민처럼 진한 얼굴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홍요섭은 2천 년대 이후 다소 심심하게 잘생긴 얼굴을 그대로 유지한 채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이후 홍요섭이 네티즌에 관심을 받았던 건 사실 연기보다는 외모와 멋진 저음의 목소리, 몸매 때문이었다. 그는 늙지 않는 남자였다. 특히 사극 <자명고>에서 최리 장군 역을 맡은 그의 상의 탈의 장면은 인터넷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관리된 몸이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 까닭이었다. 그리고 비록 조연이긴 했지만 <내 딸 서영이>에서 홍요섭은 장년의 남자도 여전히 매력 있을 수 있다는 걸 느끼하지 않은 연기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내 딸 서영이>를 발판으로 앞으로도 홍요섭에게는 다른 중견배우들이 흔히 맡는 배역과는 다른 인물들을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한다.

한편 홍요섭이 보여준 최민석이라는 캐릭터는 조연이긴 하지만 <내 딸 서영이>에서 제법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민석이란 아버지상은 과거에는 별로 없던 아버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삼재는 말없이 모든 걸 다 희생하는 불쌍한 아버지, 강기범이 능력은 있지만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아버지다. 하지만 둘 모두 젊은 자식들과는 쉽게 의사소통이 되는 인물들은 아니다. 반면에 최민석은 자신이 꿈을 잃지 않았기에 아직 젊게 살기에 젊은 자녀들과 자연스럽게 말이 통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홍요섭과 송옥숙이 젊어 보이는 까닭도 그래서다. 이 둘은 평범한 부모의 역할로 등장할 때도 있지만 위압적인 아버지나 희생하는 어머니의 분위기만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어떤 역할로 등장할지 사람들을 궁금하게 하는 낙지 같은 여자와 늙지 않는 남자의 분위기가 아직까지 더 도드라진다. 더구나 중견연기자에게 젊다는 의미는 보톡스를 맞은 팽팽하고 표정 없는 얼굴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보여줄 생생한 개성이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이 장년의 배우들에게는 더 큰 젊음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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